“차량 훼손 없어도 보복주차는 재물손괴죄”…대법원 벌금형 확정

입력 2021-05-24 10:36 수정 2021-05-24 11:13
국민일보DB

대법원이 주차된 차량 앞뒤로 장애물을 바짝 붙여 출차할 수 없도록 하는 ‘보복 주차’를 재물손괴죄로 판단하고 이에 따른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4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7월 7일 오후 1시22분쯤 서울 노원구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공터를 찾은 A씨는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곳에 피해자 B씨의 차가 주차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차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부품을 바짝 붙여 놓는 이른바 ‘보복주차’를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B씨는 차를 가지러 갔지만 주차된 차 앞뒤로 장애물이 놓여 있어 차를 뺄 수 없었다. 112신고를 한 B씨는 출동한 경찰관과 장애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A씨가 찾아와 굴삭기 부품을 제거한 그다음 날 오전 7시10분쯤까지 18시간 동안 차를 운행할 수 없었다.

앞서 1심은 A씨의 보복주차 행위가 승용차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한다”며 A씨의 장애물 설치로 B씨가 승용차를 일시적으로나마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본 것이다.

대법원도 “구조물로 인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