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무면허 음주 상태로 구급차에 탑승해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4일 소방기본법 위반 및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알코올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2일 0시54분쯤 서울 중구에서 에스컬레이터 낙상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구급차 운전석에 탑승해 약 500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대원들은 구급차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뒤 6분 후에 A씨와 구급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행으로 다른 구급차가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으며 이로 인해 응급환자 이송이 약 20분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자동차 면허가 없었으며 혈중알코올농도 0.202%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기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동한 소방대의 소방장비 효용을 해하여 구급활동을 방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구급차를 500여m 운전한 것이 소방기본법에서 정한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A씨의 행위로 일시적으로 소방차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됨으로써 구급활동이 방해됐다”며 이는 ‘소방장비의 효용을 해하여 구급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만취해 자동차를 운전했고 면허도 없었다”며 “A씨가 구급차를 임의로 운전해 다른 곳에 둔 행위로 인해 부상자들의 이송이 지연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