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장타, 류현진 삼진… 불꽃 튄 동문 맞대결

입력 2021-05-24 08:59 수정 2021-05-24 09:53
탬파베이 레이스 6번 타자 최지만(오른쪽)이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 4회초 2사 1루 때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의 투구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이 인천 동산고 선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처음으로 펼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맞대결에서 큼직한 장타를 날렸다. 수술을 극복한 복귀전부터 7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치는 ‘타격쇼’를 펼쳐 탬파베이의 10연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토론토에 입단한 뒤 가장 많은 107개의 공을 던지고도 팀의 패배를 지켜봤지만 최지만과 승부에 대해서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가진 2021시즌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탬파베이 레이스의 6번 타자 겸 1루수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그중 세 차례 타석에서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을 만나 안타 1개를 빼앗고, 아웃으로 잡힌 나머지 두 타석 중 한 번을 삼진으로 돌아서는 ‘장군 멍군’ 승부를 펼쳤다. 팀 간 승부가 탬파베이의 6대 4로 승리로 끝나면서 최지만은 류현진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6⅔이닝 동안 8피안타 2실점한 뒤 2-2로 맞선 7회초 교체돼 패전을 떠안지 않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9년차, 최지만은 6년차다. 하지만 이들의 승부는 이날에야 성사됐다. 출전이 번번이 엇갈린 탓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LA 다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토론토로 이적했다. 같은 지구 소속인 탬파베이를 모두 3차례 상대했지만, 그때마다 최지만은 결장했다. 좌타자인 최지만이 왼손 투수에게 약한 이유에서였다. 류현진은 좌완 투수다. 류현진이 올해 처음으로 탬파베이를 상대한 지난달 26에는 최지만이 오른쪽 무릎 수술을 마친 뒤 회복하고 있었다.

류현진과 최지만의 야구 인생은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에도 엇갈렸다. 동산고 동문이지만 4년 터울인 탓에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지 않았다. 최지만은 2010년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직행해 마이너리거 생활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2012년까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류현진을 만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린 류현진과 최지만의 승부는 시작부터 불꽃을 일으켰다. 류현진은 최지만을 처음 만난 타석에서 초구로 시속 89.9마일(144.6㎞)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던져 기선을 제압했다. 2회초 1사에서였다. 3구째로 택한 싱커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최지만을 잡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와 가진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경기 1회초에 역투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최지만은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류현진을 다시 만난 4회초 2사 1루 때 시속 78.7마일(126.6㎞)로 느리게 들어온 체인지업을 밀어 쳐 외야 좌중간 담장 하단을 치고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올해 토론토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프링캠프 시설인 TD볼파크의 좌중간 담장까지 거리는 380피트(115.8m)다. 그만큼 큼직한 타구였다. 하지만 탬파베이 1루 주자 마이크 브로소가 홈에서 태그아웃돼 최지만은 타점을 쌓지 못했다.

류현진은 6회초 2사 1·2루 실점 위기에서 세 번째로 만난 최지만을 루킹 삼진을 잡고 장타를 설욕했다. 하지만 피안타와 투구 수가 늘어난 류현진의 등판은 2-2로 맞선 7회초 2사 2루에서 끝났다. 류현진의 투구 수 107개는 토론토 소속으로 등판한 21경기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시즌 성적은 4승 2패로 고정됐고, 평균자책점만 2.51에서 2.53으로 소폭 상승했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최지만을 처음 상대했는데 내가 (삼진을) 잡기도 했고, 안타도 맞았다”며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평소보다 많은 투구 수에 대해서는 “나에게 힘이 남았고, 최근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 (감독에게) ‘한 이닝을 더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7회에 3타자만 상대하기로 했다”고 자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지만은 류현진의 교체 이후에도 한 차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지난 17일 복귀한 메이저리그에서 지금까지 7경기에 출전해 25타수 10안타(2홈런) 5볼넷 8타점 6득점 타율 0.400을 누적하며 연착륙하고 있다. 최지만의 맹타로 탄력을 받은 탬파베이는 10연승을 내달리며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지구 공동 선두(29승 19패·승률 0.604)로 올라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