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제재 완화했어야”…“文대통령, 중국에 주저”

입력 2021-05-24 08:09 수정 2021-05-24 10:30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진보·보수 전문가 인터뷰
가우스 “제재 완화, 북한 이끌어낼 유일한 수단”
“文대통령, 대북 협력 얻기 위해 중국 문제 양보”
클링너 “미국, 대북제재 통한 비핵화 한국 확답 얻어”
“중국 문제 우려 표명에 그쳐…인권문제 거론 안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중국 문제와 관련해 논의됐던 결과들에 대해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진보적 전문가와 보수적 전문가의 평가는 확연히 달랐다.

진보 성향의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대북 제재 해제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면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전혀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우스 국장은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문제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택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을 계속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면서 “모든 대규모 남북 경제협력 사업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실정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중국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주저하는 모습을 이어갔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북한·중국 이슈를 중심으로 가우스 국장,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23일(현지시간)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가우스 국장은 20년 넘게 북한 문제를 연구했으며, 북한 관련 세 권의 책을 집필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지부장을 지냈으며, CIA 본부에서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국민일보 자료사진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 언급…“문 대통령, 선택이 없었다”

다음은 가우스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예상했던 내용들이었다. 이는 비판적인 평가가 아니다.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내용들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미는 각자 입장을 유지했으며,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것들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논의된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바이든 행정부는 예상대로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 입장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어, 북한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정치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장기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새로운 무기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테스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적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북한은 침묵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도 강경책을 택할 수밖에 없어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거론됐는데.

“문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래서 중국 문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미국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는 중국으로선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제전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최우선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지정학적으로 중국 견제에 매우 중요한 국가인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꼭 넣어야 했을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이 중국 문제에 대해 주저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선택이 없었다고 본다.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거대한 외교 전략과 남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한국 내부 상황 사이에서 중국 이슈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다.”

-문재인정부의 대북·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 대통령은 임기 말에 있다. 시간이 없다. 문재인정부의 외교 정책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남북 협력과 반일(反日)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중국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선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국민일보 자료사진

“남북 경제협력, 미국법 위반 가능성…文대통령, 중국에 소극적”

다음은 클링너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이었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경제 이슈에서 중요한 것들을 얻었다. 한·미 공동성명은 강력한 한·미 양자 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한·미가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다뤄진 폭넓은 이유들은 한·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중요한 것들이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논의된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통된 입장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은 무대 뒤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를 계속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실정법을 위반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한국의 확답을 얻어냈다.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거론됐는데.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일본은 당시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고 단지 중국의 행동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데 동의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국의 공격을 받는, 아시아에 있는 민주국가들의 가치와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문재인정부의 대북·대중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지금 지침으로도 미사일로 북한 전역을 겨냥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개발될 장거리 미사일은 어디를 겨냥하겠는가.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도 중국을 비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보복을 가했을 때도 문재인정부는 한국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는 수단들에 대해 스스로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묵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