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모호한 법 규정이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 사건처럼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 구속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와 검찰은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할 때 공수처 검사의 신분이 무엇인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다면 사법경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는 검사 신분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 피의자 구속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후 10일 이내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검찰은 경찰 구속기간에 추가로 20일을 더 구속할 수 있다. 20일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공수처에 기소권이 있으면 공수처가 피의자를 20일까지 구속한 후 기소하면 된다. 하지만 기소권이 없는 경우가 문제다. 공수처는 구속 피의자를 결국 검찰로 넘겨야 한다. 이후 검찰의 구속 가능 기간에 대해선 아무 규정이 없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앞서 공수처가 피의자를 20일까지 구속할 수 있고 검찰에선 20일 중 공수처 구속 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을 구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기소권이 없어도 공수처 검사는 검사 신분이라는 시각이다.
검찰에서는 이 같은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소권이 없는 수사기관을 검사 신분으로 보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상충된다”며 “공수처 입장을 검찰이 따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법의 모호함으로 인해 공수처에서 20일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에서 추가로 20일 구속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 교육감 사건처럼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공수처에 영장 청구권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 전문가로 꼽히는 이완규 변호사는 “내가 조 교육감 변호인이라면 영장의 위법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에 따라 기소권을 나누는 바람에 법적 혼란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전부 기소권을 주자는 입장이었고 야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을 반대했었다. 절충안으로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의 경우에만 기소권이 부여됐다. 나머지 고위공직자 수사에서는 기소권이 없는데도 명칭만 검사 지위가 부여된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위법 수사 여부가 다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