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 대기업 오너나 CEO들이 유튜브에 출연했다 하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자사 브랜드 모델로 변신하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줘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너를 앞세운 PI마케팅(President Identity) 경쟁이 불붙고 있다.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코리아’ 유뷰트 채널에 ‘찐덕후’ YJ 고객으로 등장해 조회수 47만회를 기록했다. ‘스벅TV’의 다른 영상 조회수는 1~6만회 정도다. 정 부회장이 꼽은 TOP3 음료 중 2017년에 출시한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2주만에 판매량이 3배 증가하기도 했다.
‘이마트 LIVE’ 채널에선 직접 광고모델로 변신하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 영상은 조회수 141만회를 기록했다. 배추밭에서 ‘실한 놈’을 찾기 위해 내달리고 시장에선 자신을 ‘장사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앞으로 이마트는 광고모델 필요 없이 정 부회장이 하면 되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심장병 어린이 후원, 정규직 채용 확대 등으로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의 오너일가도 마케팅에 나섰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장녀 함연지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등장해 기업 회장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함 회장이 처음 등장한 ‘어버이날 특집’ 영상의 조회수는 346만회로 채널 구독자수(41만3000명)보다 8배 많았다. 부녀는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를 맛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TV CF보다 10배는 더 홍보될 것 같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홍보팀장 안 부럽다’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출연을 통해 CEO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윤홍근 BBQ 회장은 가맹점 갑질과 자녀 유학비 횡령 사건으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유튜브 ‘네고왕’에 출연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결정하면서 호탕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BBQ는 지난해 매출 3346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BBQ 관계자는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의 성공과 네고왕 프로모션 등 과감한 마케팅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오너나 CEO의 유튜버 변신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도 최근 ‘앤토니가 간다’라는 유브트 코너를 만들었다. 맥도날드 로고 티셔츠를 입고 집무실에서 ‘필레 오 피쉬’ 재출시를 기념해 ‘먹방’을 선보여 조회수 7만4000회를 기록했다. 네고왕에서 ‘편의점왕’으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조윤성 GS리테일 사장도 꾸준히 유튜브에 출연 중이다. 지난 3월엔 ‘GS25 사장님과 호텔 식사권’을 구독자에게 제공해 ‘밥 사주는 좋은 아저씨’ 이미지를 연출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