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총사령관의 정년 제한을 폐지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을 강제해산하는 등 장기집권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미얀마 현지매체 미얀마나우는 22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직후인 지난 2월 4일 총사령관과 부사령관 등 군 수뇌부의 정년 제한 규정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오는 7월 65세가 되는 군부의 리더 민 아웅 흘라잉 육군 총사령관은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군부가 정년 제한 규정을 삭제하면서 자발적으로 퇴직하지 않는 한 종신으로 총사령관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군부 대변인은 BBC에 “총사령관 등이 국가적 의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바꾼 것”이라며 “새로운 규정에 따라 사령관과 부사령관 모두 필요한 기간 동안 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의 정년 문제는 5년 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당시 60세였던 그는 기자회견에서 “총사령관의 의무는 종신이 아니다”라며 “정년 제한이 있고 이는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뒤집은 셈이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부정선거를 이유로 강제해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NLD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476석 가운데 397석을 획득해 단독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2월 1일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군부는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NLD 소속 정치인들을 대거 체포한 뒤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국가권력이 이양됐다고 선포했다.
앞서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22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의 목적은 민주주의에 기초한 연방국가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상황이 허락된다면 (권력 이양을) 1년 반 이내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NLD를 미리 정계에서 퇴출시켜 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또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수일 내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에 대한 공판은 그동안 화상으로 진행됐으며 다음 공판은 24일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가 공판에 나오면 군부 쿠데타 이후 무려 113일만에 외부에 모습을 보이게 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