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이상한 해체?…조직 쪼개고, 기관장 자리만 늘리고

입력 2021-05-23 16:42
“기관장 자리 늘어나는 게 조직 슬림화?”
지주사의 자회사 관리 실효성 의문도


정부가 일부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쪼개고 주택·토지·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관련 핵심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를 분리·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 사태에 따른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조직 해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수술을 하면서도 2·4 대책 등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 계획에 큰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절충안을 모색한 결과다. 그러나 지주회사, 자회사 등으로 조직을 쪼개는 것이 기관장 자리만 늘리고 비슷한 업무를 여러 기관이 나눠서 하는 등의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주회사·자회사 분리 등을 포함한 LH 혁신안을 3~4개 대안과 함께 마련해 여당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이달 안에 LH 혁신안을 확정, 발표하기로 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안에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안의 핵심은 LH를 1개 지주회사와 주택 공급 관련된 2~3개의 자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관리·감독 및 견제하는 구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주거복지공단(가칭)’이라는 이름의 지주사를 새로 만들어 이 지주사가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주거복지 관련 비수익 사업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아래에 현재 LH가 하는 주택·토지·도시재생 업무를 맡는 자회사를 두고, 이와 별개로 LH가 맡은 균형발전, 산업단지 조성, 스마트도시, 해외사업 등은 별도 자회사를 둔다. 현 정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확충된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업무는 또 다른 자회사가 맡는다는 구상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를 과감히 혁신하고, 주택 공급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구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자회사랑 지주회사 사장 자리만 더 늘어나는데 이를 ‘조직 슬림화’로 볼 수 있겠느냐”며 “같은 일을 하던 기관이 여러 기관으로 쪼개지면 나중에는 비슷한 업무를 여러 기관이 하는 경영 비효율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공공기관에서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분리하는 방식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매개로 자회사를 지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상장되지 않은 공기업에서 지주회사가 인사나 예산 등을 거머쥔다고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지주회사·자회사 구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방안”이라며 “당정 협의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