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반등을 시작한 서울 집값 상승률이 결국 정부 2·4대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강원도와 제주 등 비규제지역 집값도 다시 오르고 있다. 규제지역은 작은 호재로도 들끓고, 비규제지역은 풍선효과로 부풀었던 지난해 시장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다. 정부가 중장기 공급계획을 제시하며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주택 매수심리는 여전히 시장에 잠재해 있던 셈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10%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월 첫째 주 0.10%를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는 줄곧 상승 폭을 줄여왔다. 그러다 4월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 논쟁이 불거지면서 집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기 시작하더니 15주 만에 올해 최고 수준으로 원상 복귀했다.
비규제지역으로 분류된 강원도와 제주의 집값 과열도 다시 시작됐다. 제주 아파트값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17% 급등했다. 제주 아파트값이 1%대로 급등한 것은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전주 상승 폭은 0.35%였는데 일주일 사이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비규제지역의 이점을 살릴 수 없는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다. 강원도 속초 동명동 디오션자이 131㎡(펜트하우스) 분양권은 지난달 7일 16억9008만원에 거래됐다.전고가는 13억4838만원이었다. 제주시 연동의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 전용 154㎡(14층)의 분양권은 이달 18일 15억1310만원에 거래돼 15억원을 돌파했다.
2·4대책이 발표됐을 때 시장은 대책의 효과로 단기간에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그래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대책 발표 직후인 2월 둘째 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4월 첫째 주에 96.1로 올해 처음 기준선 아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 아래를 기록했다는 것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걸 의미한다. 단기간에 당장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수심리가 안정된 건 분명히 호재로 보였다.
하지만 잠재됐던 매수심리는 금방 되살아났다. 매수심리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온 지 한 주 만에 반등을 시작해 6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매매수급지수는 104.8을 기록했다. 집값 과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저금리 기조가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기대감만 자극하고 실제 주택 공급을 늘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