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신계’ 뚫고…공격 축구로 왕좌 오른 AT마드리드

입력 2021-05-23 16:29 수정 2021-05-23 16:44
디에고 시메오네(오른쪽) 감독이 22일(현지시간) 에스타디오 호세소리아에서 열린 라리가 최종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확정지은 뒤 앙헬 코리아 등 선수들과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심판이 우승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마피아를 연상케 하는 새까만 정장 차림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벤치에서 뛰쳐나오며 두 손을 감사 기도하듯 맞잡았다. 험상궂은 인상으로 알려진 그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이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를 이끌고 세계 축구사에 충격을 안기며 우승한 지 7년만이다.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AT마드리드가 라리가 양강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꺾고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AT마드리드는 22일(현지시간) 에스타디오 호세소리아에서 열린 라리가 최종라운드 원정에서 상대 레알 바야돌리드를 2대 1로 꺾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패배 시 강등이 확정되는 바야돌리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후반 앙헬 코리아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직전까지 AT마드리드는 지역 맞수 레알 마드리드에게 쫓겼다. 개막전인 그라나다전에서 6대 1 대승을 시작으로 22라운드까지 단 1패만을 당했으나 이후 16경기 중 3패를 당했다. 반면 리그 초반 부진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 후반기 18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며 무섭게 추격해왔다. 이번 경기에서 AT마드리드가 졌다면 같은 시간 비야레알에 역시 2대 1 역전승한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뻔했다.

이번 우승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2013~2014시즌에 첫 리그 우승컵을 든 시메오네 감독은 당시 4-4-2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철옹성 수비와 효율적인 역습을 곁들인 축구로 세계 축구 전술사를 바꿔놨지만, 이번 시즌에는 대척점에 있는 공격적 3-5-2 전술을 바탕으로 팀을 재건했다. 이들이 올 시즌 기록한 67골은 리그 팀 득점 2위로 레알 마드리드와 동률이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번 우승을 발판삼아 명실상부 AT마드리드 구단 역대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던 전설적 명장 루이스 아라고네스(1938~2014) 감독조차 AT마드리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단 한 번뿐이다. 주장 코케 역시 시메오네 감독과 두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 한 유일한 선수로 팀 역사에 남았다.

AT마드리드 공격축구의 중심에는 과거 월드컵에서 한국과도 만났던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의 극적인 이야기도 있다. 수아레스는 AT마드리드가 우승한 다음 시즌부터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7시즌을 뛰었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로날드 쿠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쫓겨나다시피 방출당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리그 32경기에 뛰며 21골을 쏟아붓는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수아레스는 경기 뒤 “지난 여름 (선수로서) 평가절하당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다.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고통받았다”며 “그때 AT마드리드가 문을 열어줬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증명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팀에 고마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승리 뒤 그간 겪은 설움이 북받치는 듯 경기장 잔디 위에 주저앉아 울면서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한편 이날 발렌시아 소속의 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은 우에스카와의 최종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교체될 때까지 81분 동안 뛰었다. 리그 최고 수준 유망주임에도 시즌 내내 중용 받지 못한 이강인은 계약 1년을 남긴 상태에서 이적설에 휩싸여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