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의 한 산악 마라톤 대회의 당시 참혹했던 상황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중국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간쑤성 바이인시의 황허스린공원에서 시작된 산악 마라톤의 사망자는 23일 오후 기준 21명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시작된 22일 오전에는 날씨가 맑았지만, 이날 오후 1시쯤 날씨가 급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참가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2㎞를 달렸지만, 몸이 달아오르지 않고 차가웠다’는 한 참가자의 말을 전했다.
특히 선수들이 2000m 높이쯤 구간을 지날 때 추위는 맹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박과 비가 쏟아졌고, 강풍마저 강타했다. 고지대의 기온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반바지와 반팔 차림의 참가자들은 거의 맨몸으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미국의 CNN은 한 참가자가 지역 매체인 ‘레드 스타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순간에 손가락의 감각이 사라졌다”며 “동시에 혀도 얼어 붙은 느낌이었다”는 증언을 전했다. 경기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산악 지대를 내려온 이 참가자는 산 중간 오두막에서 다른 선수 10여명을 만났고 그곳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5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피신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참가자들의 상태가 악화되자 주최 측은 경기 중단을 선언하고 구조 작업에 나섰다. 1200여명의 수색대가 동원됐다. 고지대에 복잡한 지형이었지만, 어두워진 뒤에도 수색은 계속됐다.
이 대회는 바인인시가 매년 개최한 행사로 올해가 4회째였다. 올해 대회에만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초보자를 위한 짧은 코스와 산을 달리는 ‘크로스 컨트리’ 100㎞ 부문 등으로 나뉘어 열렸다.
바이인시의 시장은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 부상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