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5시간40분간 머무르며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접견, 한·미 정상 단독·소인수·확대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일정에 대해 페이스북에 “정말 대접받는 느낌이었다”고 남겼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담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났을 당시 두 개의 마스크를 겹쳐 착용한 것과 대비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마스크’로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은 건 처음이다. 한국 측 수행단과 취재진, 회담에 배석한 미국 인사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인수 회담 전 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 양 정상이 서로 떨어져 주먹을 내보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던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달랐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야외 테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 회담을 했다. 2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은 37분간 이어졌다. 1m가 채 안 되는 길이의 원형 오찬 테이블에는 ‘메릴랜드 크랩케이크’가 올랐다. 크랩케이크는 게살과 마요네즈 등을 버무려 구워낸 미국의 대중 음식이다. 백악관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입맛을 고려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미 정상 오찬은 지난달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2m 테이블에 마주앉아 20분간 햄버거 오찬을 한 것과 비교해 격식을 갖춘 식사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백신 접종자의 실내외 마스크 미착용 허용지침을 발표한 영항으로 보이지만, 청와대는 백악관이 문 대통령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식 외교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질 바이든 여사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문 대통령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대회담에서 “단독회담을 했을 때 너무 여러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논의해 제 스태프가 계속 ‘너무 오랜 시간 대화하고 있다’는 메모를 보냈다”며 한·미 정상 간 대화가 원활히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양국 외교·안보 참모들이 배석한 소인수 회담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57분간 진행됐다. 1시간으로 예상됐던 확대회담도 77분간 이어졌다. 한·미 정상은 총 171분간 회담을 했는데, 스가 총리 방미 당시(150분)보다 21분 더 만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영화 ‘미나리’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씨와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은 깊은 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을 ‘한국의 총리(Prime Minister)’라 지칭하는 말실수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날인 22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앞으로 미국 정부가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관계자가 “K-배터리가 세계에서 활기차게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라고 반색했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이 “의욕치가 조금 들어갔습니다”고 화답해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