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자회견서 30초 정적 만든 질문… “우리는 여기자 없나요?”

입력 2021-05-23 15:23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여성 기자들은 손 들지 않습니까.”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장에서 한국기자단을 향해 물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질문자로 호명한 미국 기자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한국 기자단의 첫 질문은 남성기자가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여성기자 손들지 않습니까?”라고 물었고 대답이 없자 다시 “우리 한국은 여성기자들이 없나요”라고 물으며 여성기자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질문한 뒤 현장에서 30초가량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나란히 연단에 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손으로 코를 만지고 입 주변을 훑었다.

그러자 한 여성 기자가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성과를 설명해 달라”고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한·미 간에 백신 협력을 위한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에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기자가 첫 질문에 나서자, 두번째 질문권은 여성기자에게 주기 위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AFP통신 소속 의회 출입 마이클 매티스 기자는 트위터에 “한국에서 온 여성기자는 없나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으려고 여성기자를 찾았다”고 적었다.

또 미국 CBS 소속 캐서린 왓슨 기자는 트위터에 “문 대통령이 여기자를 찾으려는 듯한 농담을 했다”고 썼다. 이 트윗에 네티즌들은 “그는 직전까지는 너무 잘했는데” “이상하게 보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은 미국의 경우 공개석상에서 특정 성별을 언급하는 게 매우 낯설게 들리며 여성을 우대하려 하는 것도 대놓고 하면 자칫 성별주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동기자회견 말미에 질문권을 얻지 못한 미국의 남성기자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공을 나는 비행물체(UFO)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오바마)에게 다시 물어보겠다”면서 농담으로 받아쳤다. 문 대통령도 웃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양재영 인턴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