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이성적 팬클럽’ 단속, 대부분 BTS 계정

입력 2021-05-23 11:57 수정 2021-05-23 11:58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BTSBAR' 계정에 지난 20일 ‘당분간 아무런 글도 올릴 수 없다’는 공지글이 올라와 있는 모습. 웨이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비이성적으로 아이돌을 응원했다’며 이용을 중단시킨 계정 중 다수가 방탄소년단(BTS) 팬클럽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보가 활동을 중단시킨 계정 10곳 중 최소 7개는 BTS 팬들이 만든 계정이었다. 앞서 웨이보는 지난 21일 사이버 폭력과 부적절한 모금 활동, 투표 등 부적절한 행동을 조장한 팬클럽 계정 10곳에 대해 게시글을 삭제하고 30일간 글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웨이보는 “아이돌 산업을 규제하고 건전한 팬 문화를 구축하라는 당국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금지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는 이달 초 팬클럽의 비합리적인 행동과 이로 인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혼란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용이 정지된 계정 중에는 159만명 팔로워를 거느린 ‘방탄소년단바’(BTSBAR)도 포함됐다. BTSBAR 최신글은 BTS의 공연 및 활동 정보와 ‘가장 사교적인 스타’를 선정하는 투표 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는 내용이다. 현재 이 계정에는 ‘당분간 아무런 글도 올릴 수 없다’는 공지글이 올라와 있다. 이용이 정지된 10개 중 BTS 이름이 들어간 계정은 2개, BTS 관련 게시물이 다수인 계정은 8개였다. 나머지 2개는 그룹 엑소(EXO)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이러한 계정이 팬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키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며 이용 중단 조치를 환영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 팬들이 BTS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600만위안(약 10억500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적었다. 다른 글을 보면 이 돈의 일부는 스크린에 생일 축하 광고를 띄우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지난해 BTS의 ‘한국전쟁은 한·미가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BTS 관련 제품을 보이콧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웨이보는 이번에 상호비방 게시물 2300여개를 정리하고 악의적인 마케팅을 벌이거나 안티 활동을 한 계정들도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최근 일부 팬들이 아이돌 연습생에게 투표하기 위해 27만개가 넘는 우유를 사들여 그냥 버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중국의 한 우유 업체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고 뚜껑 안쪽 QR코드를 스캔하면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마케팅을 벌이자 팬들이 몰리면서 멀쩡한 우유가 버려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