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 변두리에 위치한 도봉구가 문화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재를 털어 민족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의 옛집, 남북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던 대전차방호시설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평화문화진지, 국내 최초 K-POP 전문공연장 서울아레나까지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서울 동북권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도봉구 방학동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묘소가 있다. 묘소 바로 옆 ‘간송 옛집’은 조선 최고의 부호였던 간송 부친이 전국의 물산을 보관하던 창고로 지었는데 간송이 부친의 제사를 지낼 때 부속시설로 이용하다가 한때 폐허처럼 버려져 있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2011년 도봉산 산행 중 우연하게 기품있는 고택이 천막으로 덮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조사해보니 간송 옛집이었다. 이후 역사적 고증과 정비를 거쳐 본채와 협문, 담장 등 아담한 전통 한옥으로 건축되어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 ‘서울 방학동 전형필 가옥’으로 등재됐다. 도봉문화재단에서 문화해설 프로그램과 10월 지역문화 축제, 야간 문화재 감상 프로그램, 봄·가을 음악회, 수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지만 간송 옛집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김수영 문학관은 문화의 향기를 더한다. 도봉구는 김수영 시인이 거주하며 시를 썼던 곳으로 본가와 묘까지 자리하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이 김수영 시인의 여동생인 김수명 전 현대문학 편집장을 만나 문학관 건립을 설득했다. 시인의 작품인 ‘거대한 뿌리’가 생각나는 은행나무 옆에 문학관을 건립하자는 제안에 김 전 편집장도 동의했다고 한다. 문학관에는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들의 육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도봉산역 서울창포원 옆에는 전쟁시 북한의 탱크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위해 만든 대전차방호시설이 있었다. 도봉구는 폐허가 된 이곳을 ‘평화문화진지’로 바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으며 오는 10월에는 야외 공연장이 선보일 예정이다.
도봉구의 문화적 실험은 2016년 문을 연 컨테이너 61개를 쌓아 공연장과 전시 공간을 만든 플랫폼창동61에서 시작됐다. 젊은 뮤지션들의 꿈이 영그는 곳이다. 특히 빨간색 컨테이너 ‘레드박스’에서는 협력 뮤지션들의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도봉구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2024년 창동역 일대에 건립되는 1만84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이다. 국내에 대중문화 전문공연장이 없다는 지적에 2011년부터 구상을 시작했다. 서울아레나는 연면적 3만6027평에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지며 음악 전문 공연장뿐 아니라 영화관과 문화시설, 레스토랑, 전시관, 교육공간, 뮤지엄샵 등이 들어선다. 도봉구는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이 문을 열면 연간 250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하고 300개 문화기업, 1만3000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봉구의 목표는 ‘글로벌 음악 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도봉구가 조성하는 공공형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만들면 창작·문화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이를 유통하고 서울아레나에서 소비하는 방식이다. 이 구청장은 20일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했는데 세계 10대 도시 중 아레나가 없는 유일한 도시가 서울”이라며 “영국, 미국 등 음악산업 선도국은 아레나를 발판으로 음악시장 확대와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음악도시의 중심은 창동이다. 창동 신경제 중심지에는 2025년까지 98만㎡ 부지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 ‘씨드큐브 창동’, 동북권 세대융합형 복합시설 ‘창동 아우르네’, 서울사진미술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GTX-C 노선이 정차하는 창동역에는 복합환승센터가 건립돼 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