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2주기 추도식…‘盧心’ 잡기에 나선 대권주자들

입력 2021-05-23 06:42 수정 2021-05-23 11:26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다. 이날 추도식은 코로나19로 참석인원을 70여명으로 제한한 가운데 열린다. 여권 내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자신이 진정한 ‘친노’임을 어필하고 있다.

‘열두 번째 봄, 그리움이 자라 희망이 되었습니다’를 슬로건으로 하는 이번 추도식에선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로 헌화와 묵념을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추도사 후 화상프로그램 ‘줌’ 연결을 통해 재단 회원의 추도사를 듣는 자리도 마련된다.

추모공연과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추도사를 듣고 ‘어느덧, 열두 번째 봄’이라는 제목의 추도식 주제 영상이 상영된다. 마지막으로 유 이사장의 감사 인사 후 참석 인원들의 헌화와 참배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추도식에는 정당에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국민의힘 김기현·정의당 여영국·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참석한다. 민주당에선 송 대표 외에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용민·강병원·백혜련·전혜숙·김영배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경남 의원들이 함께한다.

정부 측에선 김 총리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여하며, 박남춘 인천시장·허태정 대전시장·송철호 울산시장·김영록 전남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자리한다. 친노 원로인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대표도 함께한다.

이날 추도식엔 여당 내 대선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빅3’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둘 다 전직 총리 자격으로 참석한다. 김두관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직 장관 자격으로 함께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광역단체장 자격으로, 재단 상임고문인 이광재 의원은 재단 임원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6일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었다.

이후 지난 19일 인사동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전에 참석해 사법연수원 시절 노 전 대통령의 강연을 계기로 변호사를 개업 후 시민운동에 뛰어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내가 거리로 따지면 친노라 하기 어려운데 정신이나, 살아온 길 등으로 보면 노 전 대통령하고 가깝다”고 어필했다.

이처럼 여권 내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봉하마을 추도식에 총출동하는 것은 친노의 마음을 얻어야만 향후 대권 레이스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문이 사실상 분화돼 각 대선 캠프로 헤쳐모인 상황에서 노심(盧心)을 잡아야 만주당계 대선주자로서의 대표성을 얻게 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메시지로 문재인 정부를 우회 비판하자 “검찰이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그런 것처럼 소탕하듯 하는 것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라고 질타했었다.

이광재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 배부르고 등 따시고 더럽고 치사한 꼴 안 보는 세상, 상식이 통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추구했다”면서 계승을 다짐했다.

정세균 총리는 친노 원로로 꼽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뜻을 모으고 있음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9일 한 전 총리와 비공개 회동을 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한명숙의 진실을 믿는다”며 “정치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고도, 한 전 총리마저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다시 진실을 찾아 나선 한 전 총리의 진실 찾기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에 맞춰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아 정치하는 이유를 새겨보겠다”는 추모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이 표방한 참여민주주의를 심화시키겠다”고 다짐한 김 의원은 “‘정치하지 말라’던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말씀은 여러 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렇게 하려면) 정치하지 말라’는 말씀일 수도 있고, ‘(정치하려면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야 하니) 정치하지 말라’고 읽힐 수도 있다”며 “그는 좋은 뜻이 좋은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정권을 빼앗겼고 그는 비극의 한 장면이 되었다”며 한스러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