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韓기업 통큰 투자에 ‘박수’…윤여정·기생충 언급도

입력 2021-05-23 00:19 수정 2021-05-23 00:19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과 K팝 등을 언급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44조 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국내 기업 대표들을 일으켜 세운 뒤 박수를 보내며 “땡큐”를 연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동회견에서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 여배우가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탔다”며 “작년엔 (한국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트로피) 4개를 가져간 데 이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케이팝 팬도 어디에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내보이며 한국 국민에게 친근감을 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외교 정책을 공부하는 손녀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여 판문점에서 한국 국민의 용기와 인내심, 끈기 등을 배우라고 했다”며 지난 3월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방한하도록 한 것도 자신의 뜻이었다고 밝히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 한국의 4대 기업이 44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이 여기 계신 것으로 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박수를 보냈다. 이후 그는 “땡큐”를 세 차례나 연발하며 “우리는 함께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44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 주실 텐데, 특히 이번에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미래의 직업이 미국에서 바로 창출될 것”이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부문의 공급망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세제,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승욱 산업통산부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직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과 가진 별도 면담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산업부가 22일 밝혔다.

문 장관은 기업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세제,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정부에서 재검토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선 한미 철강산업 간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회복이 이뤄지도록 새로운 접근을 요청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근거로 동원한 규정으로, 현 정부 내에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와 미 상무부는 면담 이후 핵심산업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저탄소 경제가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공동의 경제 번영을 견인한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백신 등 바이오 산업의 기업인들과 함께한 생산적인 논의 후 양국은 핵심산업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기로 합의한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