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회담에 오찬까지…‘스가’와 달랐던 ‘문 대통령’

입력 2021-05-23 00:05 수정 2021-05-23 00:05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지난 4월16일 두 겹 마스크 쓰고 스가 총리 만난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우측 상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좌측 하단은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햄버거 오찬 모습(연합뉴스) 우측 하단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야외 테이블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 메뉴로 오찬을 함께 하며 단독 회담 모습(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달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과 사뭇 달랐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예고에 없던 오찬까지 즐겼다. 두 겹 마스크를 쓰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맞은 것과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스가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2m가량의 긴 테이블 양 끝에 앉아 20분간 햄버거 오찬을 즐겼다. 스가 총리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
뉴시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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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171분간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단독회담 37분에 이어 소인수회담 57분, 확대회담 77분 동안 다양한 한·미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진행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배석한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도 노마스크였다. 취재진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거리두기도 없었다. 맨손 악수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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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마스크를 두 겹으로 겹쳐 쓴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주먹 인사’를 하며 거리두기를 했다. 미국이 백신 접종 확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13일 백신 접종자들은 실내외에서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이스트룸에서 한국전쟁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할 때도 노마스크였다. 문 대통령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의자를 거의 붙여 앉아 북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맨손으로 악수를 했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백악관에서 실종된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덕분에 행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오찬 풍경도 사뭇 달랐다. 두 정상은 오찬을 겸해 37분간 단독회담을 했다. 오찬 메뉴는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였다. 이에 대해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 식성을 고려해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메뉴를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트윗에 문 대통령과의 오찬 사진을 올리며 “문 대통령을 대접해 영광이었다.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세계를 위한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크랩 케이크가 미국의 유명 음식인 데다 문 대통령의 식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측이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스가 총리의 햄버거 오찬과 상반된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햄버거를 앞에 두고 2m 정도 긴 테이블 양 끝에 앉았다. 20분간 진행된 오찬에서 당시 스가 총리는 햄버거에 손도 대지 않았다.

한·미 정상의 오찬은 예고에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초 단독회담은 20분 예정이었지만 예고에 없던 오찬이 곁들여지면서 37분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 수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팅 내용이 유익해서 회의시간을 늘려 진행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단독 및 소인수회담을 거론하며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 중’이라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담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두 정상이 나서야 할 민감한 현안이 그만큼 쌓여 있음을 시사한다. 두 정상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협력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 협력 등 민감한 이슈들을 논의했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와 같은 동맹 발전 방향도 포괄적으로 다뤘다.

한편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자다.

천금주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