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백신 스와프 대신 55만 장병 백신 지원…왜?

입력 2021-05-22 14:51 수정 2021-05-22 21:2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백신 협력이 양국 간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주한미군과 협업하는 한국군 장병 55만여명에 대한 무상 백신 접종 등 두가지 방향으로 결론났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던 대규모 한·미 백신 스와프는 합의사항에서 빠졌다. 명분과 실리를 쫓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백신 관련 성과에 대해 “미국이 가진 백신의 기술, 원부자재 공급 능력과 한국이 가진 생산 능력을 결합해 전 세계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공동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에서 과학자, 공무원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는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그룹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생산 능력의 확대, 원재료의 공급 부족 해소, 백신 생산과 관련한 과학 및 기술 협력, 공동 연구·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백신 생산 능력을 조기에 확대해 전 세계적인 백신 수급 애로를 해소하고,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백신 애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회사와 함게 엄청난 양의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며 “2021년 하반기와 2022년에 걸쳐 10억 명 접종 분량의 생산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단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공급을 논의했다”며 “두 국가는 최대한 모든 세계인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55만명의 한국군은 미군과 자주 접촉한다”며 이들에 대한 백신 무상 지원계획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이걸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며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어느 백신을 제공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5~6월 백신 보릿고개 해소를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요청해 온 ‘백신 스와프’는 합의에서 빠졌다. 제3세계의 백신 사정이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 모범국인 한국에 백신을 지원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미가 절충안으로 ‘주한미군과 협업하는 한국군’에 대한 백신 제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은 누구나 인정하는 70년 넘은 전통의 동맹 국가다. 동맹 국가 간에 정상회담을 하고 외교 관계를 맺을 때 100가지를 요구해서 100가지를 다 들어주게 할 수는 없다”며 “미국 입장에선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도 훨씬 부실하고, 확진자도 훨씬 많고, 또 사망자 수도 비례적으로 훨씬 높고, 치명률도 높은 이렇게 취약한 국가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백신 스와프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미측의 입장은 우선 미국도 자체 물량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 한국만 특별히 지원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미측의 설명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는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다들 분류한다”며 “우리와 같은 미측의 지원을 희망하는 나라가 너무 많아 미국이 그런 면에서 상당히 어려워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