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생분해라 안심했는데…안 썩는다구요?> 기사가 나가자 꽤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냐’는 물음부터 ‘일부러 생분해 제품을 구매해서 썼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사실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해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정부 정책은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와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연구개발이나 사업화를 위한 지원도 부족하죠. 그러나 전세계적인 탈(脫)플라스틱 흐름을 생각하면 생분해 플라스틱 수요는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럼 생분해 플라스틱이 ‘진짜 대안’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궁금증을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센터장에게 속속들이 물어봤습니다.
Q. 생분해 인증 기준, 왜 58도인가요.
생분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이루어지는 걸 말합니다.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쪼개고, 먹는 거죠. 이러한 미생물 활동이 가장 잘 일어나는 환경이 바로 58도입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토양 조건에 따라 분해되는 속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기준을 정할 때 ‘58도에서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천연 소재를 넣고 6개월 안에 90% 정도 분해’되면 생분해가 된다고 본 것입니다.
Q. 자연환경에서 58도 조건을 맞출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실제 산과 같은 일반 토양에 묻을 경우 6개월 안에 분해가 완전히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도 자연환경에서 다 분해되려면 길게는 10년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지요.
다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빨리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일반 플라스틱도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분해되기까지 수백년이 걸린다는 게 문제이지요. 그러니 단지 6개월 안에 썩지 않는다고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Q. 일반 매립지에 묻으면 완전히 썩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이 부분은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토양마다 조건이 달라서 최적의 미생물을 찾기 위해 각 지역마다 매립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적화된 미생물을 모아서 매립지에 넣어주면 생분해가 잘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겠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정착되려면 해당 제품을 분리수거해서 모으고, 빨리 분해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살 때 보니 ‘자연으로 돌아간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달라’는 간략한 설명만 적혀있던데요.
관련 정책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마치 쓰고 버리면 빠르게 분해될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막 버려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면, 무조건 분리수거를 해야합니다.
Q. 지금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면 안 되나요.
현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 품목이 아닙니다. 아직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량이 미미해서 별도의 재활용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았죠. 이 때문에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Q. 생분해 제품은 소각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고 하던데, 맞나요.
순수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일부 기업은 제품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석유계 플라스틱을 섞어 만들기도 합니다.
Q. 제대로 된 생분해 제품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국내에서는 기본적으로 EL724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시면 됩니다. (EL727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인데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인정하지 않는데도 자체적으로 인증 마크를 만들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 유발 품목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Q. 바다에 흘러 들어가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어떻게 되나요.
해양에서 분해가 잘 이뤄지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도 있습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PLA보다 미생물을 활용한 PHA가 바다에서 잘 분해되죠. 또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바다에서도 생분해 플라스틱의 분해 기간이 훨씬 짧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끼리 부딪히거나 조류에 의해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지며 생기는데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분류·분해하는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물량을 최소화하고, 미세플라스틱이 되기 전 수거해서 빠르게 없앨 수 있을 겁니다.
Q.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플라스틱은 기업마다 다양한 소재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육안으로 쉽게 분리수거하는 알루미늄이나 유리조차도 재활용률이 40%대에 불과합니다.
개개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동시에 산업용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의 대체재를 찾아야 합니다. 결국 재활용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과 투자도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것이죠. 플라스틱 생산 단계부터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고민하는 순환형 경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Q.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 분야, 나아질까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생분해 소재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올랐습니다.
만약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의무와 제한이 더 엄격해진다면 우리나라도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품목을 개발하거나 수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책적인 인식이 부족한데요. 울산에선 스포츠경기장에서 쓰이는 일회용품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고, 이것이 분해되는 과정을 시민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체 기술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일단 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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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