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다 빠지고, 37㎏…백혈병 승무원 슬픈 산재 인정

입력 2021-05-22 02:00
A씨가 생전 방송에 출연한 모습. SBS화면 캡처


우주 방사선이 많은 북극 항로를 비행을 주로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항공사 승무원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승무원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나 나온 뒤늦은 결정이지만, 항공사에서 방사선 피폭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5년 동안 백혈병을 앓다 지난해 5월 숨진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 A씨의 질병에 대해 업무 관련성을 지난 17일 인정했다. 공단은 산재인정의 이유로 “업무 중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며 “방사선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의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받게 된다.

A씨는 2009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그는 6년 동안 북극항로를 비행을 해왔고, 2015년에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그는 2018년 산재신청을 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신을 준비 하던 과정에서 발병을 알게 된 A씨. 그는 치료 중 손발톱이 모두 빠지고, 몸무게가 37㎏까지 줄었지만 강한 삶의 의지를 보였다. 그는 2018년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옆에서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전적으로 응원해주고 도와줘서 용기낼 수 있었다”며 “빨리 나아서 평범하게 살아보자”고 말했다.

A씨가 비행을 맡은 북극 항로는 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지만 적도 지역으로 지나가는 것보다 방사선 피폭량이 2배에서 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