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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딸아이가 ‘아빠, 저 아저씨가 멈머 놓고 뛰어갔어’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CCTV를 돌려봤는데, 도망가는 뒷모습은…. 정말 추했어요.”
여기는 경기도 용인의 평화로운 펫 유치원입니다. 견공들이 넓은 운동장과 포근한 실내공간까지 갖춰 반려견의 천국 같은 공간인데요. 이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는 10마리의 개들에게는 모두 아픈 과거가 있답니다. 시츄는 주인이 호텔링을 맡기더니 3년째 잠적했고, 비숑 자매는 펫숍에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들이지요.
이곳 펫 유치원에는 운영자 정호설(37)씨 부부와 귀여운 4살 딸 리호양이 살고 있어요. 배우 마동석 같은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호설씨는 따뜻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랍니다. 10마리 유기견들을 품에 안아준 주인공입니다. 호설씨는 “풀이 죽은 유기견들을 놀아주는 건 4살 리호의 몫”이라며 “꼬리를 말고 구석에 숨던 친구들도 이렇게나 활발해졌다”고 하는데요.
불과 한 달 전에 이곳에 버려진 막내둥이, 2살 믹스견 빵떡이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아저씨 뛴다, 뛴다" 4살 외침에도…뻔뻔한 유기범
지난 4월 19일 오후,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쓴 남성이 펫유치원으로 다가왔어요. 그의 곁에는 목줄도 없는 백구 한 마리가 있었죠. 고작 5초쯤 지났을까요. 백구가 다른 개에게 인사하러 다가가는 그 틈을 노려 남성은 개를 버리고 줄행랑을 칩니다.
머뭇거리던 유기범과 눈이 마주친 건 4살 리호였어요. 어린 리호는 “아저씨 뛴다, 뛴다” 소리쳤지만 범인은 그대로 도주했죠. 이 모든 광경은 CCTV에 기록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영상이 흐릿해서 결국 범인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요. 지금도 리호는 “아저씨가 멈머 놓고 뛰어갔다”며 잠에서 화들짝 깨곤 합니다. 가족을 버리는 순간을 목격한 게 어린 리호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입니다.
버려진 충격 탓일까요. 불쌍한 백구는 며칠이고 어두운 구석에 숨은 채 고개를 떨궜어요. 잘 먹고 잘 지내길 바라며 빵떡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백구는 내내 우울했죠. 그런 빵떡이 속도 모르고 4살 리호는 새 친구가 생겼다며 그저 신났어요. 엎드린 빵떡이 곁을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었죠.
그렇게 1주일쯤 지났을까요. 빵떡이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눈치 없이 해맑은 리호 덕분에 길게 우울할 틈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빵떡이는 미소를 되찾았어요. 지금은 어디든 리호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펫 유치원의 방문객들에게는 반갑게 꼬리를 흔든답니다.
“펫샵 버려진 비숑 자매…단골들 모금으로 구조했어요”
빵떡이를 촬영하는 내내, 취재진에게 다가와서 궁둥이를 씰룩대는 비숑들이 있었어요. 8살 솜이와 4살 별이 자매랍니다.
둘은 원래 단골이 기르는 반려견이었지만, 1년 전 갑자기 견주가 “기르기 곤란해져서 프랜차이즈 D펫샵에 파양했다”고 호설씨에게 털어놓았답니다. D펫숍은 최근 논란이 되는 보호소형 펫숍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유기견을 잘 돌봐서 입양 보낸다고 홍보하지만, 실은 누군가 돈 내고 파양한 개나 불법 강아지공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를 판매하는 악덕 업체입니다.
솜이, 별이가 D펫숍에 파양됐다는 소식을 들은 호설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중성화도 안 한 4, 8살 암컷이 펫숍에 입소했다면, 백발백중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기 때문이지요. 호설씨는 “나이 많은 암컷이 펫숍에 끌려갔다면 100% 평생 번식견으로 착취당할 운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호설씨는 그 즉시 D펫숍에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솜이와 별이 자매는 아직 강아지공장에 끌려가지 않았지만, 펫숍 측은 “둘을 데려가려면 8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호설씨는 난감했습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펫 유치원 사장에게는 그만한 돈은 없었죠.
하지만 아직 세상은 살 만했습니다. 마음씨 착한 펫 유치원 단골들이 호설씨의 딱한 사연을 듣고 순식간에 80만원을 모금해준 겁니다. 그 소식은 대형 인터넷 펫쇼핑몰에도 알려져서 제보자는 평생 사료 지원을 약속 받았답니다. 든든한 지원 덕분에 솜이, 별이 자매는 흥겨운 엉덩이춤을 추며 남은 견생을 함께할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요.
호설씨는 “비숑 두 자매는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한다. 오래 걸리겠지만 둘을 함께 입양할 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해맑은 빵떡이, 흥겨운 두 비숑 자매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호설씨에게는 두 가지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견주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라네요. 호설씨는 “10마리나 되는 유기견을 돌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반려동물을 아무나 키우고 버릴 수 없도록 자격증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소망은 빵떡이와 비숑 두 자매가 진짜 가족을 만나는 것입니다. 사이좋게 뛰어놀고, 무럭무럭 자라서 흐뭇하지만 반려견은 결국 단 하나의 가족을 만날 때 진정 행복하니까요. 그 소망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호설씨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빵떡이와 두 비숑 자매를 입양하는 사람에게 펫카페 평생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빵떡이, 그리고 비숑 두 자매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애교쟁이 백구, 빵떡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2살 백구 믹스견
-체중 12kg, 암컷(중성화x)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림. 4살 어린이와 교감하는 상냥함.
-입양신청: http://naver.me/GrShpKy1
*궁둥이춤을 추는 비숑 자매, 솜이 별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솜이: 8살, 암컷(중성화x), 5kg
-별이: 4살, 암컷(중성화x), 6kg
-사회성 좋음. 애교가 많은 성격.
-입양신청: http://naver.me/xUSNefgc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