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치아건강 관리에 소홀합니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의 지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고양이를 기르는 응답자의 73%, 견주의 43%는 ‘단 한 번도 동물에게 양치질해준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대부분은 잇몸병에 시달립니다. 미국 수의학 공유사이트 펫엠디(Petmd)에 따르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약 80%는 2살쯤 잇몸병을 앓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3살쯤 그 징후가 나타나지요.
증상이 드러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부상이나 통증을 드러내지 않아 비전문가가 알아차리기 어렵거든요. 발견한다고 해도 이미 발치 외에는 답이 없을 만큼 악화했을 겁니다. 중증의 치주질환을 앓는 동물은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성도 크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올바른 치주질환 예방과 정기검진은 필수입니다. 펫엠디에 소개된 반려견 치아 건강관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한 번의 이갈이, 42개의 영구치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젖니를 사용하다가 영구치로 이갈이를 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젖니는 대체로 생후 4~6개월 사이에 빠집니다. 인간 어린이의 젖니가 빠지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만 반려동물은 불과 몇 주일이면 된답니다.
참고로 성견의 영구치는 42개입니다. 인간 성인의 32개보다 많지요. 다 자란 고양이의 영구치는 30개입니다.
개, 고양이의 이빨은 가늘고 날카롭습니다. 음식을 자르고 뜯기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개의 앞니는 음식을 잡아 뜯는 역할을 하며, 입속 깊이 자란 이빨은 덩어리를 더 잘게 쪼갭니다. 사람의 넓적한 어금니만큼 음식을 잘근잘근 씹을 수는 없지만 날카로운 이빨로 쪼개 삼키는 것이죠.
충치 드물지만…고구마, 바나나 조심해야
개 이빨에서 충치는 극히 드문 편입니다. 충치는 입안의 당분을 산으로 바꾸는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인데요. 개의 경우 충치를 유발하는 박테리아 종류가 사람에 비해 적습니다. 게다가 사람만큼 많은 설탕을 섭취하지도 않죠.
하지만 최근 들어 식단의 변화로 반려견의 충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개 바나나, 고구마 같은 달콤한 간식이 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동물의 충치 치료는 사람과 같습니다. 썩은 치아 부분을 제거하고 레진, 세라믹 등 충전재로 대체하는 것이죠. 부담스러운 것은 시술 전 마취입니다. 반려동물은 치과 시술 시 위험한 전신마취를 해야 하므로 한 번의 마취에 가급적 많은 충치를 치료하는 것이 좋죠.
반려동물이 티 내지 않아도 치주질환 증상은 맨눈으로 파악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징후로는 ▲잇몸 충혈 및 출혈 ▲입 냄새 ▲이빨에 붙은 하얀 때(플라크) ▲음식이나 그릇에 묻은 피 ▲끈적한 침 ▲턱의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경우 ▲얼굴을 발바닥이나 바닥에 문지르기 등이 있죠.
주 3회 양치질, 익숙해지려면
치아 건강의 비결은 꾸준한 양치질입니다. 급식에 치석 제거제나 잇몸 건강용 효소를 섞어주는 방법도 있지만 핵심은 칫솔로 이빨 사이에 끼거나 입안에 남은 음식물을 깨끗이 제거하는 거죠. 펫엠디 보고서는 “심각한 치주질환을 예방하려면 일주일에 최소 2~3회 양치를 하고, 1년에 1회 동물병원 스케일링을 권장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양치질은 보호자에겐 버거운 일입니다. 반려동물들이 입안에 칫솔을 쉽게 허락하지 않거든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동물과 보호자 간에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먼저 반려동물이 칫솔이나 손가락질에 익숙해야 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히고, 손가락만으로 입술, 잇몸, 치아를 하루 한두 차례 문질러 주세요.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지면 동물이 좋아하는 땅콩버터, 고기향 치약을 손가락에 소량 바르세요. 마사지 도중에 간식을 주며 응원하세요. 마사지와 간식 보상 사이의 시간 간격은 점점 늘려주세요. 동물이 이 과정을 편하게 느끼려면 몇 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이제 칫솔을 입에 넣어보세요. 반려동물의 칫솔은 사람 것보다 작고 털이 부드러워요. 동물이 칫솔을 싫어한다면 손가락에 거즈나 골무형 칫솔을 끼워서 이빨을 닦아주세요. 동물이 싫어하겠지만 5~10초마다 간식을 주면서 양치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거죠.
반려동물의 이를 제대로 닦으려면 총 30초에서 1분 정도는 걸립니다. 양치질을 즐겁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