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백래시(반발성 공격)’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앞서 GS25와 경찰청이 홍보물에 ‘남성 비하’의 의도로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삽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1일 홈페이지에 ‘일부 사이트 게시판에 게시된 글에 대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입장’이라는 공지를 올리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명했다. 재단은 “(온라인상에서 언급된) 해당 단체나 모임과는 관련성이 없다”며 “편향성 없이 투명한 재정 운영을 검증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을 끊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2018년에 열렸던 한 행사의 부스 사진을 문제 삼았다. 사진 속 현수막에는 ‘10대 페미니스트 성장 동아리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는 경기여성위원회’라는 문구와 함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 단체로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초록우산 어린이도서관에서 열렸던 한 독서 모임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해당 모임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다룬 점을 지적하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 성향의 모임이나 행사를 여러 차례 후원해왔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이와 관련, “(현수막 사진 관련) 행사는 2018년 10월 20일 진행된 ‘2018년 대한민국 시민 in 학생축제’로 교육부가 주최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교육개발원·충남교육청·세종시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됐다”며 “당시 재단은 놀이 및 권리체험, 정책 부스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속 부스는 재단과 무관하고 재단이 행사에서 함께한 기관들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에 대해서도 “장소 제공으로 참여했고 해당 모임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재·확산할 경우 재단의 아동지원사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GS25도 홍보물에 삽입된 집게손가락 이미지 때문에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홍보물 속 손가락 이미지가 ‘메갈리아’에서 남성 비하의 의미를 담아 사용하던 로고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GS25에 이어 무신사, BBQ, 경찰청 등 유사한 이미지를 홍보물에 사용한 기업·기관으로까지 퍼졌다. 특히 과거 사용됐거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이미지까지 일일이 찾아내 남성 비하 낙인찍기를 하는 일부 네티즌의 행태를 두고 과도한 몰아가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에 휩싸인 기업과 기관이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만 급급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행태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본보 [이대남은 왜] 시리즈 관련 인터뷰에서 “기업이나 공적 기관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설명하는 대신 사과하거나 홍보물을 삭제하면 ‘계속 이렇게 해도 괜찮다’ ‘이게 받아들여진다’는 식의 사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