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교 열전] ‘우간다의 나이팅게일’ 김정윤 선교사의 삶과 신앙<5>

입력 2021-05-21 17:31 수정 2021-06-06 23:52

첫 번째 사역지는 쿨루바 병원이었습니다.
우간다의 오랜 내전은 삶을 피폐하게 했습니다. 특히 생필품이 절대 부족했습니다. 쿨루바 병원이 있는 아루아 지역에서는 병원과 집에서 쓸 의약품과 생필품 등의 조달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구하려면 무려 500km 떨어진 수도 캄팔라까지 가야 했습니다.

캄팔라에 갈 때면 나도 가끔 병원 트럭을 함께 탔습니다. 동승자가 있으면 검문을 캄팔라로 가는 도중 검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트럭을 모는 운전사인 에노카는 운전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착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운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캄팔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게임 파크를 지나는 8시간은 항상 위험이 도사립니다. 각종 동물과 반군들의 습격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군인들이 검문하는 일이 잦으면 2~3일이 걸립니다.

캄팔라에서 물품을 사 다른 곳으로 실어 내려면 허가서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디젤이나 석유는 관계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사기 때문에 여러 번 장관실로 찾아가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필요한 물품을 전부 사려면 거의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캄팔라를 오가는 길에선 날씨와도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건기라 낮 동안의 무더위는 그럭저럭 견딜 만 합니다. 하지만 저녁엔 창문을 모두 닫아야 하기 때문에 차 안의 열기와 모기로 인해 고통스럽습니다.

차가 진흙탕에 빠져 꼼짝 못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날이 저물면 정글 속에서 밤을 새웁니다. 동료들은 피곤함에 지쳐 잠들지만 나는 무서워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짐승들이 눈을 번뜩이며 종종 차 곁까지 왔다가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빛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라는 찬송가가 내 입술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 내영혼이 찬양하네 //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 내영혼이 찬양하네.’

밤새 불어온 바람은 질척질척했던 진흙탕을 굳게 합니다. 그러면 차도 순조롭게 빠져나옵니다.

지난번엔 나일강을 건너는 배가 고장 나서 강변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하룻밤을 지낸 적도 있습니다. 그때도 이곳저곳에서 울부짖는 짐승들과 눈에 불을 켜고 소리치며 몰려드는 하이에나 떼 때문에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이런 상황은 일상입니다.

한 번은 에노카가 운전을 하고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게임 파크 인근 앞서가는 차에서 총소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한참 후에 가보니 반군 200여명이 민간인들을 여러 명 죽이고 물건을 빼앗아 간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자칫했으면 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캄팔라로 물품을 사러 갈 땐 모든 직원이 안전 운행과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합니다. 운전사 에노카는 쿨루바 병원과 캄팔라 사이를 오갈 때마다 눈동자처럼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주님께로 돌아왔습니다.

쿨루바 사역을 마치고 제가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입니다. 주님 나라 건설은 주님이 하신다는 것입니다.

나는 겸손히 주님 말씀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고, 잘 순종하면 됩니다. 너무 앞서가도 너무 뒤처져도 안 됩니다. 오로지 예수님과 동행하면 주님 나라가 건설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하려고 하지 말고 주님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쿨루바 사역은 주님께 짐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아니하셨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합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