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충돌에 민간인만 죽었다… 이·팔, 열흘 만에 휴전

입력 2021-05-21 14:24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울려 퍼지던 포성이 열흘 만에 멎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는 20일(현지시간) 이집트와 유엔 중재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 기간 동안 민간인 사망자가 200명을 훌쩍 넘겼고 가자지구의 수도와 전기가 한동안 차단돼 주민들이 큰 고초를 겪는 등 양측의 무의미한 극한 대결이 인도주의적 위기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하마스와의 휴전안을 가결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스라엘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8시)부터 교전을 전면 중단했다. 총리실은 “안보 내각은 안보 당국자들이 발의한 휴전 권고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며 “이집트가 제안한 조건 없는 상호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고 예정된 시간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전은 지난 7일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 ‘권능의 밤’을 맞아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을 찾은 팔레스타인 주민 일부가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로 여겨지는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게 하마스를 자극했다. 알아크사 사원 자리는 솔로몬 왕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의 터이기도 해서 기독교와 유대교에서도 성지로 통한다.

하마스는 지난 10일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향해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예루살렘 시내에 로켓포가 떨어진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하마스 핵심시설과 주요 인사를 겨냥한 공습을 실시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하마스의 무인기(드론)와 대전차 무기, 지하 터널, 전자전 장비 등이 파괴됐고 고위 군 지휘관 여러 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가자지구의 민간인이었다.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어린이 사망자는 61명이었다. 상·하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기고 병원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2명에 그쳐 상대적으로 경미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 4500여발 중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에 요격됐기 때문이었다.

무력 충돌은 봉합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알아크사 사원이 위치한 성전산(聖殿山)과 관련한 해묵은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전산이 있는 구예루살렘 시가지는 원래 요르단 영토였으나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빼앗아 서예루살렘과 병합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94년 요르단과의 평화협정에 따라 성전산 관리권을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에 부여하는 데 동의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경내 내 기도는 무슬림에게만 허용된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통곡의 벽’으로 잘 알려진 성전산 바깥쪽 서쪽 벽에서 기도할 수 있어 여기에 불만을 갖는 유대인이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 측은 장차 자신들이 수립할 독립국가의 수도로 동예루살렘을 고집하고 있어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