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과 통화했다…‘만남은 피해야겠다’더라”

입력 2021-05-21 11:02
국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화를 받고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한 번 전화를 받았다”며 “한 달 전쯤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0일인가 어떤 사람이 찾아와 ‘몇 분 후 전화가 올 테니 좀 받아달라’ 해서 받았다”면서 “윤 전 총장이 인사차 얘기도 하고 해서 ‘한번 시간이 되면 만나보자’고 그랬었다”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자기 개인적인 형편상 현재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이후 제3자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 만남은 좀 피해야 되겠다’는 연락이 와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한 것은 4·7 재보궐선거 사흘 뒤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상태였다. 당시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을 꺾고 득표율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를 거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한 것 같다”며 “내가 윤 전 총장의 전화를 학수고대하는 것처럼 표현한 사람도 있고, 어느 신문을 보니까 내가 윤석열에게 삐쳐서 어쨌다고 한다. 난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을 언제쯤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내가 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 방식을 두고 제3지대냐, 국민의힘 합류냐 등 추측이 분분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자체가 변신을 해서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내가 국민의힘에 들어가야 되겠다’라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당을 일단 추슬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 사람을 들여다가 뭘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당으로서는 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머물 경우 조직력의 한계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 붙고 안 붙고는 대선에 별로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국고보조금을 받기 위해) 교섭단체(20명의 국회의원)를 할 정도로 (사람이) 붙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여야를 떠나 누가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해 국민의 지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가만히 있어도 따라붙게 돼 있다. 당 전체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에게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별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그는 “별의 순간이라는 것은 사실 순간포착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예를 들어 독일의 아데나워나 프랑스의 드골이나 영국의 마거릿 대처 같은 사람들은 순간을 제대로 잡고 모든 정열을 바쳐서 했기 때문에 커다란 업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다른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나름대로 한국의 실정에서 뭐를 어떻게 해야지 나라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거로 알고 있다”며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고 성장 과정을 봤을 적에도 비교적 일반 국민이 보기에 참 대단하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연·윤석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텐트에 모이기는 힘들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현재 감사원장 직책에 있다”며 “본인이 활동이나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걸 자꾸 정당에서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난 실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변신이 굉장히 능하신 분”이라며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내건 기본소득을 갖고 열심히 애를 쓰는데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국민의 관심을 자기 쪽으로 집중시키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