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노조 출범 후 처음으로 사측에 상견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말 설립된 이 노조는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회사와의 소통을 시도하며 하나의 노동조합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21일 인재존중 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측에 노조 설립에 따른 상견례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인재존중은 MZ세대 직원들이 주도해 지난달 말 공식 출범한 현대차그룹 최초의 사무연구직 노조다.
노조 측은 “미래차 전환을 앞둔 고심이 많은 시기에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회사, 생산방식의 변화라는 두려움 속에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 모두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범한 우리 노조 역시 손쉬운 퇴로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퇴로가 없는 양 당사자의 만남은 그러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라며 상견례를 제안했다.
인재존중 노조는 지난해 ‘성과급 불만’을 계기로 MZ세대 직원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지난달 말 공식 출범했다. 현재 입사 3년차인 현대케피코 소속 이건우 매니저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사무연구직 노동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정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노사관계를 선도하기 위한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현대차그룹 내에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등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다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탓에 기존 노조들이 정년 연장 등을 중심으로 임금단체협상에 치중했고, 이 과정에서 MZ세대 직원들의 목소리가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재존중 노조는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들과는 달리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채 독자 노선을 걸으며 합법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그간 소외됐던 사무연구직들의 목소리를 취합해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온라인과 SNS 중심의 자발적 결성·참여 등의 활동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현재 노조 네이버밴드에선 이날 기준 5255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