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美 하원의장, 문 대통령에 “위안부 정의실현 보고파”

입력 2021-05-21 09:06 수정 2021-05-21 09:37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다. 앞으로도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양국의 우애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되고, 그 과정에서 양국은 긴밀하게 공조해왔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한·미 간에 갖게 됐으며 나로서도 코로나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왼쪽 사진 가운데) 등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 의회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인류 모두의 의회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제와 문화에서, 그리고 방역에서도 발전된 나라가 된 것 역시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무위원장, 아담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 등 하원 지도부와 앤디 킴 연방 하원의원 등 한국계 의원 4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바탕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고, 한국이 어려울 때 언제나 함께해 준 미 의회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코로나 극복,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에 대해 “의회를 대표해서 대통령님의 방미를 초당적으로 환영하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한·미 뿐 아니라 남북 간에도 국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펠로시 의장은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결의를 낸 바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국은 기후변화, 팬데믹 등 범지구적 공동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파트너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했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무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인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앤디 킴 하원의원은 “부모님께서 50년 전 가난한 한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하원의원이 되어 대한민국 대통령을 의사당에서 만나니 매우 감격스럽다”며 “한·미관계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관계 차원이 아니라 한국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올 초 문 대통령 내외로부터 받은 연하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문 대통령께서 보낸 신년 인사 카드를 꺼내 보이며 “아주 예뻐서 간직하고 있다. 그 안의 내용에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글도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한국계 하원의원들은 입을 모아 문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넸다. 하원의원 취임 선서 당시 한복을 입은 것으로 화제가 됐던 메를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울먹이는 표정까지 보였다고 한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의원이 되어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하게 되어 매우 감격적이었다. 한국이 잘되면 미국도 잘된다”며 “한국의 역사를 보면 오뚜기처럼 복원력이 강한 나라다. 양국 간에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했다.

영 킴 하원의원은 “외무위 위원으로 행정부 간 교류뿐 아니라 양국 의회 간 교류 활성화를 바란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고 건설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고 덕담했다.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은 “지난해 민주·공화 각 2명씩 4명의 한국계 의원이 당선됐다. 매우 중요한 양국의 동반자 관계가 계속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백신 협력이나 대북전단법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