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 이어 뉴딜 정책으로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루스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 왔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임기 중반부터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의 모델 격인 뉴딜 정책을 통해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루스벨트 대통령의 손자인 델 루스벨트 미-사우디 비즈니스 협회장이 직접 문 대통령에게 기념관을 안내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관 방문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루스벨트 조각상 앞에서 델 협회장의 설명을 듣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부흥의 시기로 이끌었다”며 “코로나19로 당시와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진행했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어 분열하기 쉬운 상황에서 통합을 이룬 대통령”이라며 “대선 때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델 루스벨트 협회장은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서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루스벨트 기념관 방문에 동행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책자를 기념으로 증정했다. 세계인권선언의 채택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여사가 유엔인권위원회의 의장 자격으로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 시스템과 기준을 도입하고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내 경제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꼽고 있으며, 미국 행정부도 중산층과 공공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재건을 국가경영의 모토로 내세우며 취임 이후 6조 달러(67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지출안을 내놓았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의식한 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미 의회를 방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진행한다.
박세환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