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없으면…” 폭언도 학대, “부모와 사회 함께 배워야”

입력 2021-05-20 18:06 수정 2021-05-20 19:09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20일 '아이가 행복한 나라, 우리가 가야할 길' 전문가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나래 국민일보 온라인뉴스부 부장,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국장, 이상균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한결 기자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이른바 징계권 조항으로도 알려졌던 민법 915조는 지난 1월 폐지됐다. 1958년 제정 이후 63년 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 국민 사이에서 훈육과 아동학대의 경계는 난제다.

20일 열린 ‘아이가 행복한 나라, 우리가 가야 할 길’ 세미나에서 이상균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만 3세 이하의 학대 중 가장 잦은 것이 방임과 정서적 학대”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집 밖에 세워두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중대 상해나 사망을 초래해야만 학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부모가 훈육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통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나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 교육부의 전국학부모지원센터 등을 통해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체벌 없이 훈육할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부모 교육이 자발성에 의존하다 보니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할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자녀 양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은 관련 지식 과잉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경험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를 보완할 방안 중 하나는 당사자들이 가장 필요할 때 일상 속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체계다. 이 교수는 “최근 한 영아 학대 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엄마가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과거 묵었던 모텔 주인에게 전화했다는 얘길 접했다”며 “청소년 멘토링처럼 공동체 차원에서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 제안했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보건복지부 콜센터인 129로 전화할 경우 어디서든 아동학대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의도치 않은 학대를 당해 정신적 상처를 입은 아동들에게 심리적 회복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1명씩 상주하는 임상심리치료전문인력을 더 늘리든, 다른 민간 인력과 협업을 하든 피해 아동에게 충분한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