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MBC ‘블랙리스트’ 작성자 해고 조치는 적법”

입력 2021-05-20 17:13

MBC가 동료 직원인 기자들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카메라 기자를 해고한 조치는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카메라 기자 A씨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MBC 영상기자회 등은 2017년 8월 MBC 내부에서 카메라 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의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등의 문건이 작성됐고, 그에 따른 인사 불이익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MBC감사국은 2018년 1월~3월 감사를 통해 A씨를 문건 작성자로 지목했고, MBC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 측은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문건에 기초한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부당 노동행위에 가담한 점, 특정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등을 해고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A씨는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MBC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무질서를 어지럽게 한 점, 명예훼손 내지 모욕 행위를 한 점 등을 들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했다고 해서 다수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연성이 결여돼 명예훼손 내지 모욕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문건 내용대로 인사권이 실행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는 A씨에게 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8000만원과 복직시까지 월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블랙리스트 문건과 인사이동안을 작성·보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사규를 위반한 행위로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