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날 없는 속리산 정이품송…수난 지속

입력 2021-05-20 16:45 수정 2021-05-20 16:46
난 3일 강풍에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의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정이품송의 서쪽 가지가 부러졌다. 지름 5㎝, 길이 4m 가지이다. 붉은 원 부분이 가지가 부러진 곳. 보은군 제공.

충북 보은군 속리산의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의 가지가 또 부러졌다.

20일 충북도와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30분쯤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의 가지가 부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쪽 방향의 지름 5㎝, 길이 4m 정도 되는 곁가지다.

군은 최근 비가 자주 오면서 가지가 무거워진 상태에서 바람까지 세게 불어 부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리산에는 지난 2~3일 초속 5.8~7.7m의 강풍이 불었다. 초속 14m 이상이거나 순간풍속 20m 이상일 때 내려지는 강풍주의보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와 비교할 때 센 바람이다.

군은 가지가 부러진 부분은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환부 처리를 했다. 부러진 가지는 폐기했다.
20일 충북도와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께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속리산 정이품송의 가지가 부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보은군 제공

정이품송은 1980년대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방충망을 뒤집어쓰고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 수세가 약화돼 태풍, 폭설 등으로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당했다.

1993년 2월 동북쪽의 지름 26㎝ 정도의 큰 가지가 부러졌고 5년 뒤 바로 옆의 지름 20㎝ 가지가 말라 죽어 원추형 자태를 잃었다.

2007년과 2010년에는 돌풍으로 지름 20㎝ 안팎의 가지를 잃었다.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지름 18㎝ 서북쪽 가지가 부러졌다.다음해에는 또 다시 솔잎혹파리로 잎이 누렇게 말라죽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현재 건강한 편으로 약화한 가지를 대부분 제거하면서 부러질 만한 가지는 많지 않다”며 “정이품송 보호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정이품송은 1464년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들어 올렸다. 이후 세조가 정이품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은=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