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강제수용”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 상대로 80억원 소송

입력 2021-05-20 14:17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등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80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지역 피해자협의회는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향직 협의회 대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생겼지만, 조사가 끝나고 관련 법안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13명이다. 형제복지원 입·퇴소 증빙자료 등이 온전히 준비된 피해자들부터 나서게 됐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피해자 대리인 법무법인 동원 안창근 변호사는 “국가권력이 부랑 단속을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 수용했고 거기서 살인, 폭행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 사건이 벌어졌다”며 “지금이라도 국가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단속과 수용’을 골자로 한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됐다. 당시 복지원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시민들을 불법 감금했고, 피해자들은 시설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위헌적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비상상고 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대법원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 점”을 인정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정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