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에서까지’…마약성진통제 투약 10대 42명 검거

입력 2021-05-20 13:46 수정 2021-05-20 14:20
압수된 펜타닐 패치. 경남경찰청 제공,연합뉴스

병원·약국 등에서 패치 형태로 붙이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투약하고 판매한 10대 수십명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매매 등 혐의로 A씨(19)를 구속하고 함께 마약을 투약한 10대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산·경남 소재 병원·약국 등에서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다른 10대들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원이나 상가 화장실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패치를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 모르핀 같은 아편 계열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말기 암 환자처럼 장시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1장당 3일 동안 피부에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계획적으로 처방전을 발부받고 펜타닐을 구매,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14명가량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펜타닐을 구매한 뒤 판매책 3명에게 넘기고, 판매책 3명이 이를 다시 팔아 투약한 식이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아프다’ ‘디스크 수술 예정이다’ 등의 얘기에 제대로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내준 병원 등의 허술한 절차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아닌 타인 신분을 도용한 경우에도 쉽게 처방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남·부산 일대 병의원 25곳을 통해 이런 식으로 진단서를 받아냈다.

펜타닐은 10장이 들어 있는 한 팩 가격대가 15만원 수준이지만 학생들이 재판매할 때는 한 장에 15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지역 또래집단으로 몇 명씩 집단을 이뤄 투약했으며 1인당 적게는 1회부터 많게는 57회까지 펜타닐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약자는 몸 통증을 호소하는 등 전형적인 중독·금단 현상을 보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27장 및 흡입 도구를 압수해 청소년들 사이 유통을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성 의약품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유통되고 있어 오남용할 경우 반드시 검거될 수밖에 없다”며 “마약류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학교 및 가정에서 마약류 오남용 방지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 교육청 등에 마약류 오남용 예방교육을 요청하는 등 청소년 마약류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