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차’ 말고 ‘만능차’로 불러다오… 픽업트럭의 이유 있는 반란

입력 2021-05-23 06:08
지난달 선보인 쌍용자동차의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모습. 쌍용차 제공

픽업트럭이 짐을 싣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화물차 취급을 받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심을 떠나 레저 활동을 즐기는 ‘차박족(차+숙박)’이 늘면서 픽업트럭에도 콘크리트 수요층이 생기고 있어서다. 픽업트럭에도 전동화 바람이 불면서 환경 문제와 낮은 연비 등 디젤 엔진의 단점마저도 말끔히 해결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5일 ‘더 뉴 렉스턴 스포츠’와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다. 부분변경 모델은 출시 첫날부터 1300여 대가 계약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렉스턴 시리즈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총 5811대를 판매했는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와 법정관리 이슈만 겹치지 않았더라면 7000대까지 판매고를 올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기준 렉스턴 스포츠는 출시 2년 3개월 만에 누적 판매 대수 10만대를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 선보인 포드의 픽업트럭 '뉴 포드 레인저' 모습. 포드 제공

포드는 지난달 12일 독점에 가까웠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처음으로 픽업트럭 모델인 ‘뉴 포드 레인저’를 선보인 것이다. ‘와일드 트랙’ ‘랩터’ 두 가지 모델을 선보였는데, 용도에 따라 온로드와 오프로드에 각각 특화된 모델을 내놓은 포드의 노련한 마케팅 전략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쉐보레 콜로라도도 국내에서 입지를 서서히 다지고 있다. 지난해 5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선두 쌍용차 렉스턴을 추격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렉스턴에 크게 밀리지만 ‘정통 미국 픽업트럭’이라는 슬로건으로 마니아층의 두꺼운 신뢰를 받는다. 콜로라도는 V6 3.6 가솔린 엔진을 품었는데, 이 덕분에 견인력이 3.2t에 달한다. 차박의 완성인 트레일러 하우스를 끌고 다닐 정도로 넉넉한 힘을 지닌 것이다.

쉐보레의 픽업트럭 2021년형 '리얼 뉴 콜로라도'의 모습. 한국GM 제공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 사태와 연관이 깊다. 다중이 모이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외곽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캠핑·레저용 차량으로 픽업트럭이 주목받았다. 경제 침체에 따른 세금 혜택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픽업트럭은 국내법상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취득세도 승용차보다 2% 포인트 낮은 5%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면제된다.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업계에 이는 전동화 바람도 픽업트럭 시장에 호재다. 디젤 엔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불편한 승차감과 환경오염, 낮은 연비 등도 깨끗이 해결할 수 있어서다. 급기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포드 공장을 찾아 곧 출시할 대형 전동화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직접 시승까지 하며 픽업트럭 시장에 무게를 실었다.

2019년 공개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모습. 테슬라 제공

테슬라도 2019년 11월 미국의 스페이스X 본사에서 미래형 디자인의 사이버트럭을 공개한 바 있다. 우주선에 쓰이는 초고경도 냉간압연 스테인리스 스틸로 외관을 두른 이 트럭은 출시 전부터 50만대 이상 예약 주문을 받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