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가운데 4대 그룹 기업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최소 40조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를 준비 중인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주요 기업인들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주요 기업인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9∼20일 이틀에 걸쳐 미국으로 출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 4대 그룹의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백신) 책임자들이 미국 출장에 합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백신 동맹과 함께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인들이 측면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기업인들의 이번 방미는 정식 경제사절단 형태는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 등으로 정상회담 사절단 규모를 최소화해 달라는 미국 측 요청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은 19일 출국한 문 대통령의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고 개별 출장 형태로 따로 움직였다.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도 기업인들은 동석하지 않는다.
기업인들은 대신 미 상무부가 만든 경제인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우리 기업들에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 대상이다.
재계는 이번 정상회담의 측면 지원에 나선 경영진이 미국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거나 추가 투자계획을 공개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4대 그룹이 미국에서 계획 중인 투자금액은 4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4대 그룹 핵심 산업과 미국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대미 투자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조원(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 추가 증설을 준비 중이다. 세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주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이어 2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주최하는 반도체 화상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미측의 투자 압박을 받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3일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 달러(8조1417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추가 전기차 공장이 어디에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과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이어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의 독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으로 올 상반기까지 후보지 검토도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앞서 1, 2공장 투자금액 3조원을 합해 총 6조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22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번에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이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이날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