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까지 쉴 틈 없는 김연경, ‘단축시즌’ 중국 선택

입력 2021-05-20 06:00
한국배구연맹 제공

‘배구여제’ 김연경(33)이 1년 간의 프로배구 V-리그 생활을 마치고 다음 시즌 중국으로 향한다. 올림픽까지 쉴 틈 없이 뛰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단축 시즌’을 치르는 중국 무대를 선택했다.

김연경 에이전트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연경이 상하이로 가기로 했다”며 “빠르면 9월 말쯤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하이는 김연경이 2017-2018 시즌 활약했던 팀이다. 이후 터키 엑자시바시와 V-리그 흥국생명을 거친 김연경은 약 3년 만에 다시 상하이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전격 중국행은 몇 년째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김연경을 원했던 상하이와 V-리그,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020 도쿄올림픽까지 1년여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할 김연경 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가능했다.

보통 10월 중순 시작하는 중국리그는 코로나19 탓에 지난 시즌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1달~1달 반 일정으로 단축해 진행됐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중국 리그는 올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힘든 1년을 보낸 김연경이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다.

김연경 에이전트는 “중국 리그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라, 자가격리나 대회 일정까지 합쳐 약 3달만 머물러도 된다”며 “시즌이 끝난 뒤엔 상황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도 기간에 비해 좋은 대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의 한 시즌이 끝난 뒤 또 다른 리그 진출도 가능하다. 김연경 에이전트에 따르면 이탈리아·터키·러시아·일본의 복수 팀들은 지난 1월부터 김연경 영입을 제의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새 팀을 택해 후반기 일정을 소화할 수도 있다.

김연경 에이전트는 “해외 선수가 각국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국제이적동의서(ITC)는 매해 10월 16일부터 5월 15일까지 발급된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의 기간은 남는 것이기에 선수 몸 상태에 따라 그 때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선수가 다시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유럽행도 가능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2020-2021시즌 흥국생명에서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끌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정규리그 공격 성공률 1위(45.92%), 서브 1위(세트당 0.227개)도 그의 차지였다. 팀 내분설과 네트 논란, 학교폭력 논란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V-리그에서 뛰는 내내 한국 팬들의 소중함을 언급했던 김연경이지만, V-리그에 남아 차기 시즌을 뛰는 건 선수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김연경과 1년 계약만 체결했던 원 소속팀 흥국생명이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등 국내 팀이 김연경과 계약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연경 에이전트는 “(페퍼저축은행 등 국내구단과의 계약은) 구단 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저희는 전혀 관여한 부분이 없다”며 “현재로선 중국행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45년 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할 김연경은 올림픽 전초전 격인 VNL 참가를 위해 오는 21일 오전 이탈리아 리미니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