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조희연 수사’…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닮은 꼴

입력 2021-05-19 17:04 수정 2021-05-19 19:1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18일 오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박스를 들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혜 채용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인사권 남용’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하면서 김 전 장관 사건을 비롯한 여러 직권남용 판례를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처·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인 공수처가 사건을 경찰에서 이첩받아 수사하는 것을 두고 ‘그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사건을 꼼꼼하고 성실히 살펴보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무혐의가 나올 사건을 1호 수사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수사에선 서울시교육청 담당부서 간부들의 업무 배제 경위, 채용 심사위원들이 최종 합격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이유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 조 교육감은 담당부서 간부들을 배제하고 비서실장 A씨에게 채용 업무를 맡으라고 지시했다. A씨는 심사위원 5명을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들로 선정했다. 교육청 직원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이번 채용은 공익 활동을 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안내했다. 조 교육감이 언급했던 해직교사 5명은 높은 점수로 채용됐다.

김 전 장관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직위에 내정자를 정하고, 이들이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인 환경부 간부들이 심사에서 우호적인 발언을 한 정황 등도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내정자가 있는데도 공정한 추천절차를 거치는 것 같은 외관을 만들었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만 조 교육감이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한 후 심사위원들이 최종 선발 되기까지 인과 관계를 더 세밀하게 복원해야 하는 점은 공수처의 과제다. 김 전 장관 사건에선 환경부 공무원들이 내정자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 준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감사원 조사 결과에 조 교육감의 위법성 인식이 드러난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교육감은 실무진이 처벌 및 징계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자 “정치적인 부담을 포함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향후 수사에서 조 교육감의 ‘범의’로 해석될 만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박성영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