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유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를 검찰에 알린 방식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이 충돌했다. ‘수사개시 통보’ 공문이 대검에 전달된 건 맞지만, 근거 법령의 형식이 ‘공수처의 직접 수사’보다 ‘공무원의 비위 발견’을 안내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공문 형식을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검사 1호 사건’이 향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지난 14일 공수처로부터 ‘공무원 등 피의사건 수사개시 통보(이규원)’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은 뒤 이를 대검 감찰부로 보냈다.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한 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지 검찰에 재이첩할지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정작 해당 공문을 받지 못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공제3호’ 사건번호를 부여해 직접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보도된 지난 18일에도 서울중앙지검에선 “공문이 안 왔다”는 말이 돌았다.
대검은 수사팀이 아닌 감찰부로 공수처 공문을 전달한 이유로 근거 조항을 꼽았다. 검찰총장을 수신인으로 한 공수처 공문의 근거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 제3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조사·수사를 시작하거나 마친 때에는 10일 내 그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검은 이 때문에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의 이첩에 따른 공수처 답변이 아니라, 한 공무원의 징계·감찰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만 받아들였다. 이 검사의 비위사실 통보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이 검사의 소속청인 대전지검에 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여전히 공수처로부터 이 검사에 대한 수사개시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라 사건을 인지 통보한 만큼, 같은 법에 근거한 공문을 받아야 공수처의 직접 수사 여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수처는 공수처대로 ‘수사개시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음에도 검찰이 “제대로 된 통보가 아니다”는 식으로 나오자 불편해 하는 기색이다. 공수처는 “제24조 제2항보다는 제25조 제2항이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답하며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의 형식에 대한 다툼에도 공수처가 이 검사를 직접 수사한다는 실질에는 변함이 없다. 법조계는 ‘검사 1호 사건’에서 비롯한 이번 갈등을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선례가 될 것을 염두에 둔 긴장으로 이해한다. 한편으로는 “언론에 내용을 알릴 시간에 공문을 한 장 더 보내면 되지 않느냐”며 불필요한 다툼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수처가 이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고 했지만 이는 이첩된 혐의에 한해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검사의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 유출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 등에 관한 것이다.
허경구 나성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