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괜히 들어왔ㅠ” 불장 뛰어든 2030 블라인드 아우성

입력 2021-05-19 16:23 수정 2021-05-19 17:07

비트코인 시세가 석 달여 만에 4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자 19일 국내 직장인 익명 앱엔 그야말로 아우성이 가득 찼다. 지난 2월부터 이날까지는 2017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불장(대상승장)’이었다. 이 시기 비트코인이 국내 거래소에서 8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암호화폐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석 달 만에 그동안의 상승분을 단기간 반납하면서 고점에 물린 개미 투자자들이 속출하게 된 것이다.

블라인드 암호화폐 토픽 게시판에는 후회와 하소연, 일부 호시탐탐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는 직장인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유통회사 직원은 “대장(비트코인)님, 매운맛 많이 봤습니다. 오늘 40K(4만 달러)만 회복해주면 다신 까불지 않겠습니다”고 썼다. 한 공기업 직원은 “4월 폭락 장에선 본전만 오면 탈출한다 했고, 이달 초에는 10%만 먹고 빠지려 했다”며 “너무 아프다. 한 달 뒤에는 한강 가는 거냐”고 물었다. “브레이크가 없네. 오늘 바로 32K까지 꽂을 모양인데”(통신사 직원) “한강 물 따뜻한가요 ㅜㅜ“(중견회사 직원) “제발 살려주세요 ㅠㅠ 코린이인데 진짜 괜히 들어왔어요”(시중은행 직원) “하락장 다음엔 산송장”(중소기업 직원) 등 후회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한 제조업체 직원은 “최근 가족 중 한 명이 암호화폐를 시작했는데 60만원 정도 잃더니 ‘이제 알 것 같다’고 했다”며 “지금 보니 ‘떡락(급락)’하는데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냐”고 문의했다. 댓글에는 “주변에서 말리면 대출받아서라도 풀 매수할 것”이라며 만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외국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간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은 이날 21%까지 치솟았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가 외국에서 1만원에 거래될 때 한국에선 1만2100원에 거래된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들이 웃돈을 얹어 산다는 의미여서 그만큼 투심이 과열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난 2월 이후 김프는 10% 안팎을 기록해왔다.

한 중공업회사 직원은 “지금 김프가 10%가 넘는다. 인간적으로 지금은 살 타이밍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한 유통업체 직원이 “김프 18%는 처음 본다”고 쓰자 “코린이(코인+어린이)들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것”, “버거형들(미국인)한테 속수무책 당하고선 지금 우왕좌왕하는 중” 등의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한 공무원은 “김프가 미쳤다. 광기가 쩐다”고 한탄했다.

2018년 1월 이른바 ‘박상기의 난’이라 불리는 하락장과 비교하며 추가 손실을 우려하는 글들도 많았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입법을 언급하자 2017년 말 25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뒤 장기간 횡보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지금 안 판 애들은 지난 시즌 안 겪어본 애들이냐”며 “경험자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와서 바로 튈 거다. 김프만 빠져도 거의 20%가 추가로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초 상승장에 진입한 코린이들에게 전하는 경고인 셈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