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임대차법 시행 전 매매계약, 계약갱신 요구 거절 가능”

입력 2021-05-19 15:31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들였다면, 이 아파트에 세 들어 살던 기존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더라도 거절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앞서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지만 판결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소유권자인 A씨 부부가 이 아파트의 기존 임차인인 B씨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소송에서 “(B씨 가족은) 임대차 계약 종료일에 5000만원을 받고 아파트를 넘기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임대차보호법 시행 3주 전인 지난해 7월 5일 B씨가 임차인으로 있는 아파트를 사들이기로 계약하고 지난해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B씨는 A씨가 소유권을 넘겨받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5일 기존 집 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B씨는 소유권을 넘겨받은 A씨에게도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이전 집 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해 B씨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문 판사는 A씨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문 판사는 “원고들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며 “원고들로서는 계약 당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자신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판사는 “매매계약 당시 도입될지 알 수 없던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면 이는 형평에 반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