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실제 연합훈련이 컴퓨터 훈련보다 중요”

입력 2021-05-19 15:30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1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청문회 영상 캡처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양국 군 실기동 연합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연합 훈련이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 가치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명자가 다음 달 부임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도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실기동 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실제 훈련이 컴퓨터 모의 훈련보다 훨씬 더 좋다”고 답했다. 이어 “동맹으로서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것은 상호 신뢰를 쌓을 기회이자 고조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배움을 터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적절한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 측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 시행하고 있다.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돼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은 3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2021년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연습(CCPT)이 진행된 지난 3월 경기도 평택시 캠프험프리스에 헬기 등 군장비들이 계류돼 있다. 뉴시스

청문회에서 라카메라 지명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북한의 반발 등으로 실기동 훈련 재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오는 8월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CCPT)을 앞두고 신형 무기 실험 등 군사 행동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이와 관련 “연합 훈련이 잠재적인 대북 협상카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실기동 훈련을 못 할 때 비롯되는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국방부 역시 이날 관련 질의에 “합동군사훈련은 오늘 밤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는 동맹 준비태세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서도 “훈련 범위나 규모, 시기는 양국의 여러 요소를 염두에 두고 결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김정은 정권은 만만치 않은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병력은 지도부가 선택한다면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공황을 일으킬 만한 그들의 능력은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지명자는 군사적 측면에서 한·미·일 간 협력 증진을 강조했다. 3국의 연합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미국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한미군은 이미 주일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내가 인준되면 이들 사령부 간의 신뢰를 계속 구축하고, 한·일 관계를 넓히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명자는 현재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으로, 한·일 양국에서의 작전 경험이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 나온다. 의회 인준 절차를 마친 뒤 다음 달 국내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