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강공원 실종’ 막을까?… 똑똑한 CCTV ‘스마트폴’ 설치

입력 2021-05-19 15:12
지난 16일 오후 故손정민군 추모 집회가 열린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한강공원에 ‘이상음원 인식기반 CCTV’를 탑재한 ‘맞춤형 스마트폴’ 설치한다. 최근 한강공원 대학생 실종·사망 사건 이후, 공원 내 CCTV 부족 등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한강공원에 ‘맞춤형 스마트폴’을 시범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스마트폴’이란 도로 곳곳에 설치된 신호등, 가로등 같은 도로시설물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공와이파이, 지능형 CCTV, 스마트 횡단보도 등 IC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서울광장, 숭례문, 청계천변 등 6개 주요 지역에 스마트폴 26개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10가지 스마트폴 표준모델과 구축 운영지침을 마련해 도시 전역에 스마트폴을 체계적으로 확산·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강공원 내 스마트폴 설치는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 사건의 대책 성격이 짙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일 “한강공원 안에 CCTV가 더 늘어야 한다는 시민의 뜻을 안다”며 “스마트폴 표준모델을 마련하고 이번 달 바로 운영지침 수립과 시행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한강 특성에 맞는 개량형 표준모델을 고안하고 있다. 한강공원은 여름철 장마기간에 침수가 발생하곤 하기 때문에 기존 표준모델을 적용하면 기기가 파손될 우려가 큰 탓이다.

또 시민 안전을 위해 ‘이상음원 인식기반 CCTV’를 탑재해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상음원이 감지됐을 때 소리가 나는 방향을 촬영하는 CCTV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차 사이렌이 울리듯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능형 경광등’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공공와이파이도 탑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CCTV가 사후 대응 장치라면 스마트폴은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며 “위험 상황 시 지능형경광등이 울리면 경찰이나 119가 오기 전 주변 시민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음원 인식기반 CCTV는 소음이 많은 도심에선 오작동 확률이 높지만 비교적 조용한 한강공원에서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울시는 구로구·동작구·강동구·종로구 등 4개 자치구에 연말까지 스마트폴 190개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폴 190개가 모두 설치되면 민간기업이 신기술·제품을 실증할 수 있도록 ‘스트리트 랩(Street Lab)’으로도 제공한다. 서울시는 차도나 골목길, 산책길 등 다양한 도로환경에 구축되는 만큼 상권·교통·도시현상 분석과 개선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친환경차 수요 증가에 맞춰 전기차 충전기능이나 드론스테이션을 장착한 ‘스마트폴 기능 고도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충전소 부족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드론스테이션의 드론을 이용해 재난감시‧인명구조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서울시 스마트폴은 도시미관과 시민 안전·편의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구축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도시의 핵심 기반시설”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전기차 충전과 드론 등 스마트도시에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을 개발해 더욱 똑똑한 도시기반시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