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도 프로축구 K리그1 순위표 최상단을 점하고 있는 두 팀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다. 지난 시즌까지 4연패를 이룬 전북은 여전히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울산이 한 단계 밑에서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린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1 선두권 구도가 흥미롭게 흘러가는 이유는 그 두 팀을 바짝 쫓는 팀들이 있어서다.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과 지역 인기팀으로 발돋움한 대구 FC가 그 주인공이다. 시즌 초중반 돌풍을 일으키며 나란히 3·4위에 위치한 두 팀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3위 수원은 최근 3시즌 동안 가장 높은 순위가 6위(2018시즌)일 정도로 부진했다. 2019시즌과 2020시즌엔 각각 8위를 기록했다. 모기업이 스포츠단 지원을 줄인 뒤엔 더 이상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끌어 모아 성적을 낼 수 없었고, 유스팀 선수들을 발굴해 즉시 전력감으로 키워내는 선순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수원은 매탄고 출신 유스 선수들을 중용하는 시스템의 승리를 맛보고 있다. 지난 시즌 중 부임한 박건하 감독의 신뢰 속에 ‘매탄소년단(MTS)’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2000년대생 3인방 정상빈(19), 강현묵(20), 김태환(21)이 크게 성장해 팀 전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2002년생 공격수 정상빈은 돋보이는 플레이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매탄고 재학 시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데뷔한 정상빈은 빠른 스피드와 발기술로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친다.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한 그는 벌써 4골을 넣었다. K리그1 데뷔 시즌의 어린 선수의 퍼포먼스라곤 볼 수 없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2001년생 미드필더 강현묵은 14경기 1골 1도움, 2000년생 우측 윙백 김태환은 16경기에서 1골 3도움을 보탰다. 이런 젊은 선수들의 활동량과 스피드가 더해지며, 올 시즌 수원의 플레이에선 답답함이 사라졌다. 90분 동안 어떤 팀보다 활기차게 상대 진영으로 전진한다.
수원의 현재 성적(7승5무4패·승점 26)이 이런 팀 분위기를 반증한다. 수원은 최근 5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3승 2무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심지어 이 기간은 전북·울산과의 원정경기 맞대결 일정도 포함했다. 수원은 전북 원정에서 3대 1 승리를 거뒀고, 울산 원정에선 후반 38분 설영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1대 0으로 앞섰다. 올 시즌 수원 성적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뜨거워진 기세 때문이다.
4위 대구도 이에 못지 않다. 대구는 지난 2시즌 간 5위로 파이널A에 속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세징야·에드가란 ‘특급 용병’을 보유하고 있던 것 치곤 못내 아쉬웠다.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10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6연승으로 구단 최고 연승 기록을 새로 쓴 대구는 현재 4위(7승4무4패·승점 25)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눈길을 끄는 건 187㎝의 김진혁(5골 1도움)과 191㎝의 에드가(4골 1도움)가 이끄는 투톱의 ‘높이’다. 올 시즌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전환해 출전하고 있는 김진혁은 높은 타점과 탁월한 위치 선정을 선보이며 최근 2경기 연속 헤더 득점을 올렸다. 리그 득점 3위에 주장으로서의 성실함까지 갖춰 대구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에드가도 부상에서 회복한 뒤 10~13라운드 동안 4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대구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다.
대구의 ‘에이스’ 세징야가 중원에서 이들의 뒤를 받친다. 세징야는 올 시즌에도 4골 2도움을 올리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발재간과 패스로 앞의 두 선수에게 기회를 창출해줄뿐더러 번뜩이는 골 결정력으로 득점도 책임진다. 플레잉코치 이용래는 중원에 안정감을 불어 넣는다.
자타공인 K리그1 17라운드 최고 빅매치는 전북-울산전이다. 다만 양 팀의 상승세를 고려한다면, 향후 리그 판도를 뒤흔들 명경기는 수원-대구전이 될 수 있다. 최근 전북과 울산은 각각 4경기 무승(3무 1패), 6경기 1승(4무 1패)을 거두는 등 부진에 빠져 있다. 17라운드는 수원과 대구에게 기회다. 승리하는 팀은 상황에 따라 2위까지 치고 올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MTS’의 수원이냐, 세드가와 김진혁의 대구냐. 19일 오후 7시30분에 열릴 양 팀의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