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위해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유통·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오인, 법리오해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고, 변호인들은 “심사숙고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라며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1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에 대해 “수많은 증거와 증언이 있었음에도 전문가들의 지엽적인 증언을 취사선택해 무죄 선고를 내렸다”며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달라는 뜻을 피력했다. 변호인들은 “원심이 46차례의 공판기일 끝에 신중히 내린 결론”이라며 항소기각을 요구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3명의 피고인만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해 연구 보고서의 일부 문구와 전문가들의 일부 증언만 취사선택해 합리적인 증거들을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 동물실험 등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해당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과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원심이 인간과 동물의 특성을 무시하고 동물실험 결과만을 기준으로 삼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1심 판결이 오랜 기간 진행됐던 만큼 심사숙고해서 내려진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주장하며 항소기각을 요청했다. 변호인들은 “공판준비기일만 4차례, 공판기일은 46차례나 진행했다”며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음에도 검찰이 입증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형사법적 인과관계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입증이 돼야 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부실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문제 성분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임에도 피고인들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납품·판매한 옥시 관련자들과 함께 공동정범으로 기소돼있다”며 “제품 생산과 납품의 시간적 순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검찰에 공소장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