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호남 지지율 2년만에 2%→14% ‘쑥’…서진전략 통했나

입력 2021-05-18 14:41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추모제에 참석한 국민의힘 (사진 왼쪽부터)성일종·정운천 의원이 유족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호남에서 국민의힘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보수 야당 국회의원이 5·18 유족의 초청을 받아 추모제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당 대표가 물벼락에 고성 세례를 받았다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국민의힘의 꾸준한 ‘서진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보수 정당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진행하는 추모제에 참석했다.

성일종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5·18 유공자의 형제, 자매도 유족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데 협력했다는 점을 평가받았다. 또 호남 출신인 정 의원은 당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5·18 단체와 17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호남 민심에 귀 기울여온 점을 인정받았다.

제39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유가족들은 추모식장으로 들어선 이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를 찾았을 때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하던 모습과는 대비됐다.

이에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8월 광주를 방문해 ‘무릎 사과’를 하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까지 총 세 차례나 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이 퇴임한 이후에도 국민의힘의 호남 챙기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첫 지방 방문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데 이어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11일 만에 호남을 다시 찾은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광주를 찾았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서진 전략은 지지율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9년 5월 7~9일 조사에서 정당 중 자유한국당에 대한 호남 지역민들의 지지도는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1~13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14%에 달했다.

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보수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8일 PNR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 23.6%를 얻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수 주자로 분류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지지율이다.(기사 내 여론조사와 관련한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철수 대표도 호남 출신이 아니었지만 20대 총선에서 호남의 녹색 돌풍을 이끌었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현재 스탠스를 유지해 호남에서 20~25% 지지를 얻어낸다면, 호남 출신으로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