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는 바보들”…브라질 대통령의 끊임없는 코로나 막말

입력 2021-05-18 12:02 수정 2021-05-18 12:08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 시장 결선투표에 참여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봉쇄조치에 따르는 이들을 "바보"라고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AP뉴시스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 대응을 거부하며 논란의 중심이 됐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조롱 섞인 발언으로 봉쇄 조치를 비판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행적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농업 부문 관계자와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정부의 봉쇄 조치를 따르는 사람들을 ‘바보’로 지칭하며 조롱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농업 부문이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이 부분 종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집에만 있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집에만 있는 바보들이 있다”며 “농업 부문이 활동을 멈췄다면 이들은 굶어 죽었을 것이고 불평만 늘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마스크 착용과 봉쇄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권고해왔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를 번번이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해 말 “나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들”이라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이 악어로 변해도 나는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공격적 발언으로 백신 원료 수입 중단 조치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 5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행사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시아 국가의 실험실에서 나왔으며, 그 나라는 코로나19를 이용해 지난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다”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후 로이터통신은 중국 시노백 백신의 원료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브라질 백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백신 접종이 급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를 자극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원료 수입을 어렵게 하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한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여론조사 업체 다타폴랴의 최근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21%에 그쳤다. 코로나19 피해가 커진 데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39%, 주지사들 20%, 시장들 10% 등으로 사실상 지방정부의 봉쇄 조치가 지지받고 대통령 책임론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냉담해지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추진도 힘을 받고 있다. 이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9%, 반대는 46%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이 반대보다 높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