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서울대병원의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합법화 추진에 강력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7일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의 불법적인 조치를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불법적인 PA 합법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의료계에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봉직의(병원에 소속돼 근무하면서 월급을 받는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PA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PA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 등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대상은 160명이다. 소속을 간호본부에서 진료과로 바꾸고 호칭도 임상전담간호사(CPN)로 대체키로 했다. 업무는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불법 PA 의료행위는 지난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폭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간호사들은 이날 불법·무면허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간호사들은 의사 대신 약을 처방하고, 진단서를 쓰고 심지어 전공의 대신 수술을 진행했다. 병원에선 이런 간호사를 ‘PA’로 부른다. PA는 의료법상 불법 인력이다. 또 의사 업무를 대리하는 것도 불법이다. PA 간호사는 전국에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협은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이 현재 법적으로 불법인 행위를 공공연히 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불법인 PA 의료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의 이번 조치는 불법 PA 인력들의 폭로나 내부고발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사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PA 수는 계속 늘고 있고, 분야도 의사 고유의 영역으로까지 넓어지는 등 불법의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 PA 의료행위는 의료인 면허체계의 붕괴, 의료의 질 저하, 의료분쟁 발생 시 법적 책임의 문제, 전공의(레지던트) 수련 기회 박탈, 봉직 의사의 일자리 감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PA 합법화 결정을 주도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하고, 의협은 김 원장의 불법 행위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해야 한다”면서 “서울대병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법적으로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