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와 실종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가족이 실종 이후 3주 만에 첫 공식 입장문을 냈다. 사건 경위와 그간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손씨 부친 손현(50)씨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A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A씨 부모가 실종 당일 손씨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새벽에 손씨 부모에게 연락하기 송구스러워 직접 한강공원으로 가 확인해보려고 한 것”이라고 17일 해명했다. 또 A씨 측은 “손씨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 이제 우리가 나왔으니 집에 돌아가시라’고 문자를 줘 귀가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현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종 당일) 오전 6시3분쯤 아내가 A씨 어머니에게 ‘귀가하라’는 연락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사고 당일 반포나들목 부근에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오전 5시54분쯤 A씨 가족이 CCTV를 바라보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메시지를 받기 10여분 전에 이미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가 신발을 버린 것을 두고 손씨 측이 “미심쩍은 정황 증거”라고 한 데 대해 A씨 측은 “신발이 낡아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고 토사물까지 묻어 버렸다”고 해명했다.
입장문에는 A씨가 만취 상태로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에 대해 손씨 측은 “입장문 전체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은 해명된 게 없다”고 반발했다.
참고인 신분인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 A씨 측은 “경찰이 6번에 걸쳐 장기간 조사하는 등 여론을 의식해 다소 무리한 조사를 하는 감이 없지 않았고, A가 극단적이거나 충동적 행동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씨 측은 “A씨의 정신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면 의사를 대동하는 방법도 있었다”며 “변호사가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말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맞섰다.
‘A씨 집안과 수사기관, 법조계 등의 연결고리가 있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A씨 측은 “가족이나 친척 중 소위 유력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씨 측은 “경찰 조사 발표로 입장을 대체한다는 건 우리한테 직접 사과한다는 생각이 앞으로도 없다는 것”이라며 “A씨 가족이 수사 결과를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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